금융·부동산·통신 분야서 영향력 확대
[뉴스핌= 이홍규 기자] 홍콩에서 중국 본토 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지난 1997년 홍콩 주권이 중국에 반환되기 이전, 리카싱과 같은 현지 재벌들이 홍콩 경제에서 한 축을 담당하던 것과 대조적이다.
7일 블룸버그통신은 홍콩에서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은 중국 본토 기업들이 금융, 부동산, 통신 분야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1997년 모간스탠리, HSBC, 메릴린치 등 해외 투자은행들은 홍콩의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선두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이들은 IPO 시장에서 상위 10곳의 주간사들이었다. 하지만 이제 상위 10곳 가운데 9곳은 중국 본토 은행들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건설은행, 해통증권, 중국농업은행이 1,2,3위를 석권하고 있다.
중국 은행들이 인기가 높은 IPO의 경우 자문 수수료로 기업가치의 1%만 받는 등 공격적인 수수료 인하로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은행들의 행보는 중국 기업들이 홍콩을 글로벌 확장의 교두보로 삼고, 이곳에서 기업공개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일치한다고 통신은 분석했다.
홍콩 IPO 자문사 순위 (좌)1997년, (우)2017년 <자료=블룸버그통신> |
부동산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1년 본토 개발 업체들은 주택 개발용 정부 토지 입찰에서 홍콩 부동산 업체보다 더 높은 입찰가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중국 개발업체들은 올해 주거용 부지(plot)를 거의 싹쓸이 하다시피 했다.
하이난항공(HNA)그룹은 작년 말 이후 카이탁 공항에 있던 4개의 부지를 사들이기 위해 총 272억홍콩달러를 쏟아 부었다. 작년 11월 HNA는 88억4000만홍콩달러라는 기록적인 입찰가를 제시하면서 19곳의 입찰자들을 단숨에 제쳤다.
중국의 이동통신업체 차이나 모바일은 홍콩의 상업용 전화 주파수(phone airwaves)의 5분의 1을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선헝카이부동산 일가와 CK허치슨홀딩스의 리카싱 회장 그리고 그의 아들이 소유 중이다. 차이나 모바일은 여러 차례의 인수합병을 거친 뒤 지난 2006년 홍콩에 첫발을 내디뎠다.
중국의 3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차이나 텔레콤도 이달 홍콩에서 모바일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중국 기업들이 홍콩에 진출함에 따라 홍콩 현지 기업들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통신은 분석했다. 리카싱이 이끄는 허치슨왐포아는 지난 1997년 홍콩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이 전체의 69%를 차지했지만, 이후 유럽과 호주 등에 투자를 늘리면서 작년 그 비중이 3%로 줄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