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채권시장 자본시장 개방 가속
위안화 국제화 촉진 홍콩 금융기능 확대 기대
[뉴스핌=백진규 기자] 중국 인민은행과 홍콩 금융관리국이 채권퉁(債券通, 중국-홍콩 채권시장 교차거래)을 승인했다. 주식에 이어 채권도 중국 본토와 홍콩간의 교차 거래가 허용되면 자본시장 개방과 위안화 국제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중국 금융당국은 홍콩보다 중국 채권시장을 먼저 개방해 해외 자금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중국 인민은행<이미지=바이두(百度)> |
중국 인민은행과 홍콩 금융관리국은 16일 공동 성명을 통해 채권퉁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시행일은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채권퉁 시행이 멀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공상은행 국제연구부 담당자는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교차거래)과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교차거래)을 통해 노하우를 쌓아 놓은 상태여서, 채권퉁 시스템 마련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홍콩거래소는 ‘2016-2018전략보고서’를 발표해 본토와의 채권시장 연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 3월 리커창 총리는 정부공작보고에서 연내 채권퉁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 세계 3대 채권시장 개방, 외국자본 유치 나선 중국
올해 3월 말 기준 중국 채권시장 규모는 65조9000만위안에 달한다. 이는 세계 3위, 아시아 2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외국기관이 보유한 채권 비중은 2%에 미치지 못한다. 이는 독일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시장보다 월등히 낮고, 한국·일본(10%)과 비교해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3월말 기준 중국 채권 잔액에서 국채는 22조46000억위안(34.1%), 금융채는 15조5600억위안(23.6%), 공사채는 4조4800억위안(6.8%), 기업채는 3조5200억위안(5.3%)을 차지했다.
16일 인민은행은 “현재 중국 채권시장에 투자하는 외국기관은 모두 473개, 규모는 8000억위안에 달한다. 이는 국제시장에 비에 비중이 낮은 편으로, 앞으로 채권시장 개방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 2010년부터 채권시장을 점진적으로 개방해 왔다. 먼저 외국의 중앙은행, 역외 위안화 청산은행과 역외참가은행(역외 위안화 결산 서비스 제공 은행)을 대상으로 은행간 채권시장 투자를 허용했다.
이후 중국 금융당국은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 위안화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RQFII), 외국의 국부펀드, 국제금융기구, 역외보험사 등으로 채권 투자자를 늘려나갔다. 지난 2016년에는 은행간 채권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외국 금융기관을 확대하고, 투자한도를 폐지하면서 투자심사를 간소화했다.
인민은행은 이날 채권퉁을 승인하면서 우선적으로 본토 채권시장을 개방해 외국 투자자금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본토 자금유출 우려를 막기 위해 본토 채권시장을 개방하는 ‘베이샹퉁(北向通)’을 먼저 시행한 뒤 난샹퉁(南向通)을 추후 다시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민은행은 “’베이샹퉁’의 투자한도를 폐지한다”면서도 ‘난샹퉁’의 투자한도 폐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적극적인 외국자본 유치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금융당국은 위안화 약세로 인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외환보유고가 줄어들자 자본유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인민은행은 베이샹퉁을 먼저 개방함으로써 금융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은행간 채권시장에 참여하는 홍콩 금융기관만 200여개에 달하는 만큼, 본토 채권시장을 먼저 개방할 경우 금융 시스템 미비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위안화 국제화, 홍콩 영향력 확대 기대
중국 금융당국은 채권퉁 개통을 통해 위안화 국제화가 가속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 투자자를 위한 금융상품이 다양해지면 그만큼 위안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임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 SDR이미지 <이미지=바이두> |
2016년 10월 위안화는 정식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에 편입됐다. 하지만 위안화로 투자할 수 있는 금융상품의 부족은 위안화 국제화를 늦추는 장애물로 지적돼 왔다.
또한 중국·홍콩 금융당국은 채권퉁을 통해 홍콩의 국제사회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민은행은 “채권퉁을 통해 홍콩의 국제금융센터로서 역할을 더욱 굳건히 할 수 있으며, 홍콩의 장기적 발전을 모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본토와 홍콩간의 금융관리감독 협력 강화, 투자자 보호 강화, 금융 인프라 연결 확대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홍콩 반환 20주년을 맞이해 중국이 홍콩과의 연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4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당선인과 만난 자리에서 홍콩 마카오 광둥 지역을 하나로 묶어 개발하는 ‘웨강아오(粵港澳)베이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교통은행은 “홍콩 반환 20주년이 되는 오는 7월에 맞춰 채권퉁을 시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백진규 기자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