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형 위주로 출시, 국내 주식 비중 적어
과거 데이터에 의존, 퀀트 기반 시스템 트레이딩 수준 못 넘어
[뉴스핌=김선엽 기자] 한국 주식시장이 올해 들어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하고 있지만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수익률은 한 자릿수 초중반대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로보어드바이저 펀드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이유로 포트폴리오 내 국내 주식 비중이 높지 않았던 점을 우선적으로 꼽는다.
아울러 코스피 상승을 일부 종목이 이끌었던 탓에 인공지능(AI) 역시 적절히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대세장에서 소외되는 것은 인간 펀드매니저와 마찬가지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알파고’를 떠올리며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걸기보다는, 이를 이용해 자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시각에서 접근할 것을 주문한다.
<기준일 : 5월 29일, 단위 : 억원, % 출처=제로인> |
31일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출시된 공모형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83~8.93%(5월 29일 기준)다.
반면 이 기간 코스피 지수는 연초 2026포인트에서 29일 기준 2353포인트까지 치고 올라왔다. 약 16%의 상승률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수익률이 기대만 못 한 이유로 우선 펀드의 출시 시점을 꼽는다.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지난해 3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바둑 대결 직후 쏟아졌다.
당시만 해도 채권형 자산이 수 년 째 승승장구하고 주식에 대한 관심이 저조했던 탓에 대부분의 로보어드바이저 펀드가 채권형 혹은 채권혼합형(주식에 50% 미만을 투자하는 펀드)으로 출시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곧 채권가격이 하락해 채권형 로보러드바이저 펀드 역시 힘을 쓰지 못했다.
조홍래 쿼터백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우리 자산배분형 상품에는 주식뿐 아니라 채권 등 다양한 자산이 섞여 있다"며 "주식과 채권이 섞여 있으면 주식이 강한 국면에서 못 따라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키움 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펀드(주식혼합형)의 벤치마크 대비 수익률 추이(출처= 펀드슈퍼마켓) |
하지만 글로벌 주식이 주를 이루는 해외주식형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역시 벤치마크에 비해 저조하다. 예컨대 지난해 6월 출시된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경우 최근 6개월 수익률이 6.86%으로 벤치마크(제로인 기준 10.23%)를 하회했다.
조홍래 CIO는 "올해 2분기 주식시장이 과열 징후가 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주식 편입 비중을 낮춤에 따라 다른 주식형 펀드에 비해 실적이 다소 저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로보어드바이저 펀드가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10년 만의 대세상승' 등 새로운 시장 국면에서 대응이 어렵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문성필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본부 전무는 "로보어드바이저는 정해진 종목과 퀀트에 따라 운용한다"며 "주도 종목이 과거와 다른 이런 상승장에선 과거 데이터에 따라 운용을 하므로 시장을 따라 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도 장기적으론 로보어드바이저의 수익률이 (벤치마크와) 비슷하겠지만 단기적으론 시장을 따라가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혹자는 바둑의 영역과 펀드 운용의 영역에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바둑처럼 정형화된 게임에서는 빠른 연산 능력에 기초한 로봇의 알고리즘이 인간을 압도할 수 있지만, 펀드운용과 같이 정치와 경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실 영역에서 인간을 넘어설 정도의 인공지능은 아직 개발되지 못 했다는 주장이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주식이라는 것은 동일한 변수에 대해서도 다르게 움직인다"며 "현재의 로보어드바이저는 종전의 퀀트나 시스템 트레이딩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AI가 평균적인 펀드매니저보다는 우수할 수 있지만, 항상 시장을 아웃퍼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지적에 조홍래 CIO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카레이서보다 레이싱을 더 잘 하기는 힘들지 않은가"라며 "자산배분형 펀드의 취지가, 미래를 모른다고 전제하고 시장에 등락이 있더라도 안정적 수익을 꾸준히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