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등 비정규직 30%…"비용 부담 너무 커"
보험설계사 카드모집인 등 산재·고용보험 의무화도 우려
[뉴스핌=이지현 기자] 문재인 정부의 노동공약에 카드사와 보험사들이 노심초사 하고 있다. 비정규직 제로, 특수고용직의 산재·고용보험 가입 의무화 등 때문이다. 새 정부의 노동 공약이 확대되면 이들 민간 금융사들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전체 직원 중 비정규직 비중이 많게는 30%에 이른다.
현대카드는 지난 3월 기준으로 전체 근로자 2317명 중 기간제 근로자가 709명(30.6%)이다. 우리카드도 전체 직원 598명 중 기간제 근로자가 151명(25%)이고, 롯데카드는 1708명의 직원 중 414명이 기간제 근로자(24%)였다. 은행이나 보험 등 다른 금융업계가 10% 이내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새 정부는 우선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이 확대되면 민간 부문 역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민간 기업들도 비정규직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곳은 '비정규직 고용 부담금제'를 도입한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의 경우 콜센터를 대부분 도급 계약으로 운영하고 있어 파견 직원들이 많다 보니 비정규직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면서 "비정규직 제로 공약이 공공부문에서 민간 영역까지 확대되면 카드사들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고심하는 이유는 또 있다. 비정규직 문제 뿐 아니라 공약 중 하나였던 특수고용직 근로 종사자들의 산재·고용보험 의무화도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수고용직 근로 종사자는 회사와 위임계약이나 도급계약을 맺는 개인 사업자다. 카드 모집인이나 보험 설계사 등이 이에 속한다.
카드업계에는 7만명이 넘는 카드 모집인이 활동하고 있다. 보험업계의 경우 생명보험·손해보험업계를 통틀어 보험 설계사가 20만명에 이른다. 이들의 산재·고용보험 의무화가 추진되면 카드사나 보험사는 보험료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다, 실적이 없더라도 이들에게 일정 급여를 줘야 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20만명에 이르는 설계사들에 대해 산재·고용보험을 들어 주면 회사의 비용 부담이 치솟을 것"이라며 "설계사들 사이에서도 영업 실적이 다 다른데 모든 설계사에게 이처럼 지원을 해 주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당사자인 카드 모집인이나 보험 설계사들 사이에서도 정책 도입의 찬반이 갈린다는 얘기도 있다. 영업 실적이 좋은 설계사들은 근로자가 돼 성과급을 많이 받게 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투잡 형태로 일하는 설계사들이 근로자가 되면 다른 일을 할 수 없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일자리 안정성과 질을 높이려는 큰 뜻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설계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르고 보험사들 역시 비용 부담이 막대한 만큼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해 정책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