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둔화·부채 부담·자본 유출 등 현실 제약
[뉴스핌= 이홍규 기자]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경제 둔화와 부채 부담, 자본 유출 등 국내의 현실적인 문제들에 의해 발목이 잡혀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 보도했다.
비공식 추정치에 따르면 고대의 실크로드 교역로를 부활시키기 위한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지출 규모는 4조달러에 달한다. 중앙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대륙의 저개발 국가들은 일대일로가 만들어낼 이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하길 기다리고 있다.
이미 중국과 라오스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스리랑카의 항구 시설, 베트남과 파키스탄의 발전소, 네팔에 국제공항 등에 중국의 불도저와 크레인이 투입되는 등 개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자료=블룸버그통신> |
옥스포드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약 10곳이 넘는 일대일로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총 연간 대출 규모는 1300달러에 달했다. 그리고 이 대출금의 상당은 상업은행으로부터 나왔다. 관련 인프라에 자금을 지원하는 개발은행 두 곳이 약 400억달러를 차지했다.
◆ 실크로드 아닌 미국으로 달려가는 중국 자본
그러나 신문은 중국의 자본이 당국의 레토릭(수사)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중국개발은행과 중국수출입은행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이 두 은행이 시진핑 국가 주석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한 노력을 우선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 두 은행은 지난 수십년간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에 막대한 양의 대출을 제공했다.
오히려 중국 자본은 주요 선진국에서 가장 안전지대로 꼽히는 미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와 헤리티지재단의 중국 기업 해외 투자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이후 중국 민간과 국영기업들은 실크로드 망에 있는 60여개 국가들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미국에 투자했다.
WSJ은 이 같은 이유에 대해 중국이 재정적으로 부담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경제 둔화를 겪으면서 지난 2014년 4조달러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자본 유출에 의해 무려 1조달러나 급감했다. AEI의 데렉 시저스 연구원은 시진핑 주석의 거대한 계획들은 "외환보유액 급감에 의해 무너졌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데이비드 달러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여전히 상당해 해외 인프라에 투자할 여력은 충분하다고 봤다.
신문은 국내에서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 온 중국의 국영은행들이 해외의 부도성 프로젝트(dud projects)에 자금을 쏟아 부을 위험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일부 회의론자들은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이 이른바 '부채 사슬(chains of debt)'을 통해 중국 주변부의 작고 취약한 국가들을 자국 경제에 연결시키려는 음모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관련 기관들의 대출 규모는 2400억달러로 이제 막 늘어나기 시작해, 일대일로의 미래를 성급히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신문은 막대한 부채 등 현재 중국의 재정 상황이 계속된다면 일대일로 계획은 애초 기대보다 못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