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꾸준한 현금흐름으로 원금손실 적어...고금리 매력
"투자 신중해야...매출 감소·재무구조 악화" 지적도
[뉴스핌=허정인 기자] 신용등급이 낮은 항공사의 자산유동화증권(ABS)에 자산가들의 돈이 모이고 있다. 신용등급은 낮아도 꾸준히 매출이 발생하는 회사의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기 때문에 원금에서 손실을 볼 확률이 극히 적어서다. 또 등급이 낮다 보니 그만큼 금리도 더 얹어준다.
4월 중 발행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ABS 총 8000억원어치도 개인투자자들이 사들였다는 평가다.
아시아나 A330. <사진=아시아나항공> |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지난달 21일 발행한 4000억원어치 회사채 대부분이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소화됐다. 아시아나항공의 미래 수익인 매출채권을 유동화시킨 것으로 최소 9개월물부터 4년물까지 만기를 3개월 단위로 나눠 총 14종을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만기 별로 낮게는 연 2.938%(만기 9개월)부터 높게는 연 7.129%(만기 4년)로 책정됐다. 정기예금 금리가 연 1%를 겨우 웃도는 상황에서 고금리 매력이 자산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같은 달 발행된 대한항공 ABS도 자산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만기 별 발행금리는 연 3.007%(만기 1년3개월)부터 연 5.851%(만기 5년)로 결정됐다. 역시 고금리다.
투자업계 전문가는 “항공사의 경우 매출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담보로 잡힌 매출채권의 가치는 ABS 발행액의 8배 가량 된다고 볼 수 있다. 또 시중은행의 크레딧라인도 있어 원금 훼손 우려가 적다”며 “이에 반해 금리는 꽤 높은 편이라서 자산가들이 근래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ABS의 신용등급은 A-로 기업 신용등급(BBB)보다 두 단계 높다. 회사는 지난해 말 자본잠식 등 취약한 재무구조를 근거로 신용등급이 강등된 바 있다. 다만 매출채권의 충분한 현금흐름, 시중은행의 크레딧라인 등으로 ABS등급은 회사 등급보다 높다.
이와 같은 괴리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중한 투자를 권하기도 했다. 다른 투자업계 전문가는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가장 큰 수익을 올렸던 중국 노선의 매출이 줄고 있고 저가 항공사와의 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어서 국내 빅2 항공사 수익이 줄고 있다”며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기관이 찾지 않기 때문에 회사채 시장이 막혀 있다. ABS가 유일한 자금조달 창구인 셈”이라고 말했다. 잔액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ABS 발행액은 1조원이 넘는다.
이 전문가는 “만에 하나 기업이 파산할 가능성을 고려해볼 필요도 있다”며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