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4회 법의 날, 대선후보들 단통법·국보법 등 폐지 공약
[뉴스핌=이성웅 기자]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은 법치주의와 법질서 수호를 위해 흔히 쓰이는 말이다. 그러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은 이 '악법'을 정당한 절차를 통해 없애거나 바꿔야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독재정권과 군사정권을 거치며 한국에도 악법이 생겨났고, 또 민주정권이 들어서며 사라졌다.
그런데도 여전히 국민들이 악법으로 느끼는 법들이 남아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유력 후보들은 어김없이 악법을 없애겠다는 공약을 들고 나왔다.
4.19 혁명 당시 모습.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
일부 조항이 악법으로 평가받고 있는 국가보안법이 있다.
국가보안법은 지난 1958년, 이승만 정권에서 만들어졌다. 국보법은 불과 3분만에 국회에서 통과됐는데, 그 중에서도 인심혹란죄(17조 5항)과 명예훼손(제22조)는 악법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다.
17조 5항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허위인 줄 알면서 적시 또는 유포하거나 사실을 고의로 왜곡해 적시 또는 유포함으로써 인심을 혹란케해 적을 이롭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는 내용이다.
22조는 '헌법상의 기관(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에 대한 명예를 훼손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두 조항 모두 반공논리 속에서 반대여론을 묵살하기 위한 의도를 품고 만들어졌다. 이는 지난 1960년 4.19 혁명 이후 이승만 정권이 막을 내리면서 폐지됐다.
전두환 정권의 언론기본법 역시 대표적인 악법으로 꼽힌다. 지난 1980년 언론통폐합 이후 전두환 정권이 언론매체를 장악하기 위해 만든 법률이다. 이 법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보장한다면서도 언론을 정권이 맘대로 주무를 수 있도록 했다.
보도지침을 폭로하여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김태홍 기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
이는 후에 1987년 사라지면서 '정기간행물 등록법'과 '방송법'으로 나뉘게 된다.
이밖에도 박정희 정권의 국가보위법 등 악법으로 불리는 법들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악법의 소지가 있는 법들이 남아 있다.
최근 폐지 논의가 활발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일명 '단통법'도 악법 반열에 올랐다.
법의 취지는 휴대전화 개통 보조금을 법제화해서 보조금을 적게 받고 사는 일명 '호갱(호구+고객님)'을 막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보조금이 법으로 고정되면서, 싸게 사는 방법까지 막힌 것이다.
단통법 중단 촉구 결의대회. 이형석 기자 |
이 때문에 마케팅비를 줄인 통신사만 이익을 보고, 소비자와 제조사들에겐 해악으로 돌아왔다.
이같은 문제점 때문에 정치권에선 오는 10월 단통법을 개정하기로 정했다. 이에 더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10월 이전에라도 앞당겨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현존하는 국보법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분단국가라는 현실에서 국가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지만, 국가정보원을 통한 민간인 사찰 등 숱한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대선후보들의 토론회에서도 국보법 폐지는 단골소재다. 문 후보는 "국가보안법에 악법의 요소가 있다"라고 했으며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역시 "악법이라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수연구자 비상시국회의 회원들이 지난 1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치, 학문, 사상 자유 탄압하는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문 후보는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을 없애는 공약도 내걸었다.
이 밖에도 상이군경에 대한 이중배상을 금지하는 '군인 군무원 경찰공무원에 대한 이중배상금지조상', '도서정가제', 국회의원 겸직 금지 원칙에 예외를 둔 '국회법 29조' 등이 악법으로 꼽히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