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위기 때 투입한 자금 3년 만에 회수, 큰 이익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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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영기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때 영국의 공적자금이 가장 많이 투입된 은행 중 하나인 로이즈(Lloyds) 은행이 5월 중으로 완전 민영화가 될 전망이라 주목된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후 9년만의 성과다.
이는 불과 3년 만에 공적자금을 청산한 미국 대형은행에는 뒤지지만 우리은행이 18년 이상 시간을 끌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19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재무부는 현재 2%내외 보유하고 있는 로이즈 은행의 지분을 오는 5월까지 처분하면 미상환 공적자금 3억파운드(약 4384억원)을 모두 회수하면서 약 1억파운드(1462억원)의 이익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영국의 예산청은 정부 보유 지분이 약 14억주가 남았고, 당시 기준가로 이를 5월말까지 처분하면 그렇게 된다고 추정했다.
영국 재무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공적자금 200억파운드(29조2000억원)를 투입하면서 취득한 로이즈 은행 주식 276억주를 그간 처분해 197억파운드 상당을 회수했다.
460억파운드(67조2000억원)가 투입된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로이즈은행은 최근 3년간 이익을 시현하면서 공적자금을 청산할 뿐 아니라 국민의 세금에 수익까지 얹어 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된다.
그럼에도 FT 지는 미국 시티은행이나 웰스파고가 TARP(부실자산경감프로그램) 공적자금을 청산한지 7년이나 지난 지금에 이런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재무부가 로이즈 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모두 회수한다고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도 숙제가 남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논평했다.
우선 로이즈 은행의 주가는 정부 물량을 소화해 내느라 상승할 여력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가 영국 재무부를 대신해 하루 거래량의 15% 이내에서 정부 지분을 처분하고 있기 때문에 5월말까지 정부 물량이 모두 해소돼야만 실적을 반영해 주가가 오른다는 설명이다.
◆ 미국 3년, 영국 9년… 한국은 18년
쇼어 캐피탈의 게리 그린우드는 "처음부터 바클레이즈나 HSBC에 비해 주목을 받아온 터라 정부 보유지분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고 말했다.
비록 이익을 시현하면서 2015년부터 배당도 시작했지만, 자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0억파운드(292조원) 규모의 부실자산 남아있고, 부채의 절반인 3000억파운드(43조8000억원)가 예금이 아닌 시장성 부채다.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기술기업들이 소매금융 부문으로 파고 들고 있다. 지점을 대폭 줄여 비용 요인을 축소했지만 여전히 이들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 최근 그룹내 HBOS에서 사기사건이 불거졌고, 그간 구조조정을 책임져 온 대표이사(CEO) 안토니오 호타 오소리오도 HSBC등으로 옮겨갈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공적자금 회수에서 이익을 보는 데는 이런 리스크가 남았다는 것이 시장의 분위기라고 FT는 전했다. 여기서 FT는 미국의 성과를 소개했다. 납세자와 정치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실시한 7000억달러(798조원) 규모의 TARP는 결과적으로 납세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AIG매각에서 벌써 790억달러(90조원)의 이익이 나왔고, 골드만삭스가 100억달러를 배당금 포함 원금 114억달러로 상환했다. 250억달러 받은 시티은행도 328억을 2011년에 갚아버렸다. 대형은행은 모두 3년 이내에 공적자금을 청산하고 소형 은행만 남았다.
종합하면, 미국 만큼은 못하더라도 5월말로 로이즈 은행은 공적자금을 청산하게 된다. 이익을 얼마나 볼 것인지는 미정이지만, 9년 만의 성과임에는 확실하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은행 구조조정으로 우리은행이 탄생했다. 하지만 아직도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정부 지분 21% 이상이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잔여지분 21%가 1만3000원 이상에 매각돼야만 공적자금이 손실없이 회손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손실유무와 상관없이 올해 잔여지분이 처분되면 공적자금이 투입된지 18년 만이다.
지난 18일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정부 잔여 지분을 처분한 후에 지주회사 전환을 고려하겠다"며 "올해 하반기에 잔여지분의 절반이라도 처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