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변동성 브렉시트 이후 최고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외환시장에 정치 바람이 뚜렷하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유로화의 변동성이 높아진 한편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의 전격적인 조기 총선 요구에 파운드화가 가파르게 뛰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 달러화가 하락 압박을 받는 등 정치권 움직임이 주요 통화에 강력한 재료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영국 파운드 <사진=블룸버그> |
18일(현지시각) 파운드화가 폭등하며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뉴욕외환시장에서 파운드는 달러화에 2% 이상 급등하며 10주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중 한 때 파운드/달러 환율은 1.28달러 선을 밟은 뒤 1.27달러 선으로 소폭 후퇴했다.
오는 6월 8일 조기 총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파운드화가 큰 폭으로 뛴 것은 이른바 ‘소프트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풀이된다.
유럽 단일시장 탈퇴를 축으로 한 메이 총리의 ‘하드 브렉시트’ 전략이 조기 총선에서 지지를 얻지 못할 경우 영국의 EU 탈퇴 협상 전략에 커다란 변화가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도이체방크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조기 총선은 브렉시트 협상과 파운드화에 게임 체이저에 해당한다”며 “지난 2년간 파운드화에 대해 구조적인 약세 의견을 유지했지만 이를 수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런던 캐피탈 그룹의 재스퍼 로울러 애널리스트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조기 총선으로 불확실성이 크게 축소될 것”이라며 “보수당의 지지도가 꺾일 경우 스코틀랜드의 독립 움직임도 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로화는 프랑스의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불확실성에 이미 압도된 양상이다. 오는 주말 1차 투표를 앞두고 최근 유로화 변동성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업계에 따르면 달러에 대한 유로화 변동성은 13까지 상승했고, 엔화 대비 변동성은 18을 뚫고 올랐다.
이른바 프렉시트(프랑스의 유로존 탈퇴)를 앞세운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가 승리할 경우 유로존에 커다란 지각변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씨티 인덱스의 캐서린 브룩스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르펜 대표의 최종 승리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되지만 시장은 ‘서프라이즈’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 르펜 후보와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의 지지율이 각각 23%로 나타났다. 외신들은 1차 투표에서 르펜 후보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JP모간은 내달 7일 최종 투표에서 르펜 후보가 이길 경우 유로/달러 환율이 현재 1.07달러 선에서 0.98달러 선까지 급락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한편 달러화도 정치권 파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 WSJ와 인터뷰에서 달러화가 지나치게 강하다고 언급한 데 따라 트레이더들이 몸을 낮추는 움직임이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세금 인하 및 1조달러 인프라 프로젝트가 지연되면서 미국 실물경기 부양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 달러화를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골드만 삭스는 달러화 매수 추천을 종료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배경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지난 3월 중순 102선에서 거래됐던 달러 인덱스는 100 아래로 밀렸다. 이날 장 후반 달러 인덱스는 0.8% 가량 내린 99.53을 나타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