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수익 두자리 수 감소
[뉴스핌=강필성 기자] KB국민은행의 신탁업무운용수익(이하 신탁 수익)이 지난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시중은행의 신탁 수익은 모두 증가했으나 KB국민은행만 유일하게 줄었다.
신탁 수익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던 주가연계신탁(ELT)의 부진이 이유였다.
10일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지난해 신탁 수익은 1979억7000만원이었다. 이는 시중은행 중 단연 1위다. 하지만 전년 2583억원에 비해서는 23.34%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은 781억원에서 1234억원으로 58.0%, 신한은행은 908억원에서 1221억원으로 34.5%, 우리은행은 581억원에서 857억원으로 47.5% 각각 증가했다.
KB국민은행을 제외한 다른 시중은행은 두 자리 수의 신탁 수익 성장률을 보인 셈이다. 이 때문에 신탁 수익 1위인 KB국민은행과 2위인 하나은행의 격차가 700억원대로 줄었다.
국민은행의 부진은 ELT 때문이었다. ELT는 은행 신탁계정에서 판매하는 주식연계증권(ELS)다. ELS는 조건을 완성하면 3개월 또는 6개월마다 조기상환을 할 수 있다. 통상 조기상환한 가입자는 재가입을 한다. 이 과정에서 판매자인 은행이나 증권사는 수수료 수익을 올리게 된다. 하지만 시장의 악화로 조기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만기까지 보유해야한다.
KB국민은행은 2015년과 2016년에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유로스톡스50(Eurostoxx50)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T를 주력으로 판매했다. 2015년에 판매한 ELT가 15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2015년 초 1만4801.94p까지 치솟았던 HSCEI는 지난해 1월 7505.37p까지 추락한 후 내내 부진을 면치 못했다. Eurostoxx50 역시 2015년 최고 3828.78p에서 지난해 2월 2680.35p까지 하락했다. 이로 인해 조기상환이 되지 않고, 재가입도 부진했다. 지난해 ELT 판매 규모는 9조원으로 줄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 2015~2016년에는 HSCEI, Eurostoxx50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T를 많이 팔아왔는데 글로벌 시장의 부진으로 수익률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시중은행들은 ELT 판매를 지난해부터 강화하고 있다. 부진했던 시장이 반등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결국 가장 먼저 ELT를 주도적으로 판매한 KB국민은행만 타격을 받은 셈이다.
한편,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은행들은 비이자수익을 올리기 위해 신탁 수익에 각별한 정성을 쏟고 있다. 예금 금리 보다 좀 더 높은 수익성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신탁은 예금처럼 수익이 확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