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취약차주 대출비중 32.3%, 카드·캐피탈 15.8%
[뉴스핌=이지현 기자]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올해 두 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이 시사되면서 국내 시장금리도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채무 상환 능력이 낮은 2금융권 채무자들의 연체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일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0.75~1.0%로 조정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3개월만의 추가인상이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장금리도 오를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금융사들의 조달 비용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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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연준 의장 <사진=블룸버그> |
실제 지난해부터 카드사들의 자금 조달 비용은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지난해 8월 중순 1.594%였던 카드채 금리(AA0, 3년물)는 지난해 연말 2.154%까지 올랐다. 미국 금리인상이 기정 사실화된 3월 들어서는 지난 9일 기준 2.217%까지 상승했다.
카드사 조달 비용이 오르면서 대출 금리도 상승세다. 올해 들어 카드 대출을 취급하는 7개 카드사 중 신한·하나카드를 제외한 5개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가 올랐다.
우리카드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지난해 말 14.1%였지만 올해 1월 말 기준 14.67%로 올랐다. KB국민카드는 같은 기간 14.2%에서 14.59%로 올랐고, 롯데카드 역시 12.9%에서 13.19%로 상승했다.
저축은행의 대출 금리도 오르고 있다. HK저축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지난해 말 26.11%에서 26.41%로 소폭 올랐다. 웰컴 저축은행은 같은 기간 25.60%에서 25.88%로, OK저축은행도 25.71%에서 25.93%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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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 |
문제는 취약차주다. 취약차주란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면서, 저신용자(신용등급 7~10등급) 혹은 저소득자(소득 하위 30%)인 차주를 의미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취약차주 대출 비중은 32.3%, 카드·캐피탈 15.8%에 달한다. 또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카드사의 카드론 이용자 중 취약차주 비중은 17.9%로 나타났고, 신용등급이 5~6등급 사이인 '잠재적 취약차주'의 비중도 33.5%에 달했다. 결국 카드론 이용자 중 절반 이상이 부실 위험이 높은 대출로 분류되고 있는 것.
결국 미국 금리 인상으로 2금융권 채무자들의 연체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채무자들의 이자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다중채무가 많은 2금융권 이용자들의 연체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도 당장 비용 증가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금리는 오르는데, 카드 대출 금리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미국 금리인상이 이미 예상됐던 만큼 카드사들이 나름대로 대비는 해놨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최근 정부에서 가계대출을 유심히 관리하고 있는 만큼 카드론 금리를 조정하기 어려워 당분간은 카드사들이 조달비용 증가분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에서도 2금융권을 중심으로 증가하는 가계대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카드론이 급격히 증가한 KB국민카드와 하나카드를 대상으로 카드 대출의 적정성 검사에 나선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