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협력 넘어 경쟁사 자회사에 지분투자...'이례적'
내비, 사물인터넷 이어 음악 플랫폼까지 맞손
[뉴스핌=심지혜 기자] 이동통신 시장에서 가입자 유치경쟁을 벌이던 KT(회장 황창규)와 LG유플러스(부회장 권영수)가 점점 끈끈해지고 있다. 내비게이션, 사물인터넷 전용망(NB-IoT)에 이어 이번엔 음원서비스까지 함께 하기로 했다.
16일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스마트폰 음악 플랫폼을 지니뮤직으로 변경한다. 이는 KT그룹의 음악서비스 업체 KT뮤직의 지분 15% 확보에 따른 조치다. LG유플러스는 KT뮤직에 267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KT뮤직의 1대 주주는 지분 49.99%를 갖고 있는 KT다.
경쟁이 치열한 이동통신업계에서 단순 사업 협력을 넘은 지분투자는 적과의 동침 격이다. 하지만 시장 2, 3위 사업자로 1위 SK텔레콤과 격차가 큰 만큼 공동전선 구축으로 간격을 좁히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음악 서비스에 대한 갈증을 느낀 LG유플러스가 먼저 손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그동안 음악 플랫폼이 없어 CJ디지털미디어의 ‘엠넷’을 빌려 사용했다. 때문에 자율적인 음원 활용이나 서비스가 어려웠고 매번 조건에 맞춰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더욱이 음악 콘텐츠는 인공지능(AI) 서비스의 중요 콘텐츠 중 하나다. SK텔레콤이 지난해 9월 출시한 AI 서비스 '누구'는 멜론을, KT는 최근 출시한 인공지능 셋톱박스 '기가 지니'에 KT뮤직의 '지니'를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LG유플러스는 앞으로는 음원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는 물론 IPTV와 연내 선보일 예정인 AI 서비스에까지 주도적인 음원 공급이 가능하게 됐다.
LG유플러스 홍보팀 관계자는 "그간 음악 플랫폼이 없어 자율적인 서비스가 어려웠다"며 "이번 투자를 통해 고객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안정적으로 음원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KT뮤직 입장에서는 보다 넓은 영역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멜론에 이은 시장 2위 사업자인 KT뮤직은 점유율(유료가입자 기준)이 22%로 멜론(57%)과 격차가 크다.
KT 홍보팀 관계자는 "양사가 협력함으로써 낼 수 있는 시너지는 무궁무진하다"며 "앞으로 미래 사업에 대한 공동 대응까지 가능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에 맞선 양사의 협력 관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양사는 차량 내비게이션 정보를 통합했다. SK텔레콤의 T맵이 이미 절반 이상의 점유율로 압도적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어 각각 서비스 하는 것보다 공동 노선을 타는 것이 정보 확보 등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
또한 지난해 11월에는 사물인터넷 전용망(NB-IoT) 상용화 구축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SK텔레콤이 IoT전용망 '로라' 전국망을 구축하자 공동대응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같은 협력 관계가 SK텔레콤과의 격차를 줄이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양사가 전략적으로 필요한 이익을 공유할 수는 있지만 부가적인 서비스 만으로는 가입자 확보의 경쟁력으로는 다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SK텔레콤 가입자는 지난 1월 기준 2648만명이며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1534만명, 1178만명이다.
SK텔레콤 또한 이들의 협력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SK텔레콤 홍보팀 관계자는 "우리도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양사의 협력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심지혜 기자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