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승차 산유국 다수..부담 혼자 떠안지 않겠다
WTI 배럴당 47달러 선으로 추가 하락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사우디 아라비아가 지난 2월 산유량을 하루 1000만배럴 선으로 복귀시켰다. 감산 규모를 전월에 비해 3분의 1 가량 축소했다는 얘기다.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 유가가 추가 하락, 배럴당 47달러 선으로 주저앉았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 셰일 업체의 생산 확대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 산유국이 감산 축소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번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사진=블룸버그> |
14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OPEC에 지난 2월 하루 1000만배럴 이상의 원유를 생산했다고 밝혔다.
원유시장의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중동 산유국들의 감산에 앞장섰던 사우디는 2월 산유량을 전월에 비해 26만3000배럴 확대했다.
사우디의 2월 산유량은 하루 1001만1000배럴로, 지난해 11월 감산 합의에 따라 요구되는 상한선인 1005만8000배럴을 여전히 밑도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 석유업계의 생산 확대로 인해 유가가 하락 압박을 받는 가운데 감산 고삐를 한결 느슨하게 완화한 데 투자자들은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사우디 측은 러시아와 이라크, 아랍 에미리트 연합 등 일부 산유국들이 감산 합의 내용을 충실하게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유국들이 무임승차하는 상황에 모든 부담을 단독으로 떠안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RBC 캐피탈 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상품 전략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사우디가 또 한 번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지난해 OPEC 회의에 앞서 산유국들을 압박했던 것과 같은 전략을 동원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사우디와 중동 일부 산유국은 미국 석유업체들의 생산 확대에 강한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OPEC의 감산에도 배럴당 55달러 선을 넘지 못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50달러 아래로 떨어지자 월가에서는 중동 산유국들이 감산 이행을 중단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4월 인도분은 장중 1.28달러(2.6%) 하락하며 배럴당 47.12달러까지 밀렸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5월 인도분 역시 2.1% 떨어지며 배럴당 50.27달러를 나타냈다.
로비 프레이저 슈나이더 일렉트릭 애널리스트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사우디의 2월 산유량이 OPEC의 합의안을 충족시키는 수준이지만 원유시장 수급 균형을 위해 감산안이 요구하는 내용 이상으로 생산을 축소하겠다는 당초 의지가 꺾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15일 발표되는 미국 에너지정보청(IEA)의 월가 보고서를 기다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미국의 원유 생산이 증가 추이를 지속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함께 14~15일 이틀간 진행되는 통화정책 회의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을 결정, 달러화가 상승 탄력을 받을 경우 유가 하락 압박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