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16일 2금융권 건전성 강화 방안 발표 예정
[뉴스핌=송주오·이지현 기자]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우면 저축은행으로 발길을 돌린다. 저축은행마저 거절하면 대부업체나 사금융 시장을 알아봐야한다. 돈이 필요한 서민들이 경험하는 서열이다.
금융당국이 급증한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제2금융권 대출 문턱을 은행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로인해 서민들이 대부업 등으로 밀려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6일 제2금융권 건전성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저축은행, 신용카드,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의 감독 기준을 은행 수준에 준하도록 맞추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
앞서 지난해 11월 금융위는 '상호저축은행업감독규정' 변경예고에서 대출 내역을 세분화했다. 현재 일반대출·PF대출로 구분하던 내역을 가계대출·기업대출·고위험대출·PF대출로 나누는 것.
특히 가계대출은 기업대출보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높여 엄격히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정상은 0.5%에서 1%로, 요주의는 2%에서 10%로 각각 상향 조정한다.
연체기준 역시 은행에 맞춘다. 기존에는 연체기간을 2, 4개월로 분류해 2개월 미만은 정상, 2~4개월은 요주의, 4개월 이상은 고정이하로 분류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은행·상호금융과 동일하게 연체기간을 1, 3, 12개월로 나눌 계획이다. 1개월 미만은 정상, 1~3개월은 요주의, 3개월 이상은 고정 또는 회수의문, 12개월 이상은 추정손실로 분류되는 것.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은행 수준에 맞출 경우 2금융권이 살아남기 힘들다”며 “결국 은행만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 비해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이 주로 찾는 2금융권에 같은 잣대를 들이대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소비자를 가려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소비자들이 대부업 등으로 내몰리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당초 계획했던 정책 방향과 크게 어긋난다.
이미 은행권의 대출 문턱 강화로 은행권 소비자 일부가 2금융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저축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9조2624억원으로 한 달 새 5038억원 증가했다. 저축은행을 포함한 2금융권권 가계대출은 3조원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은행권은 2조888억원 줄었다.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 가계대출 점검을 강화하면서 대부업 등으로 연쇄 이동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진웅섭 금융감독원 원장은 지난 10일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제2금융권에 가계대출 영업 확대를 자제하라고 주문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건전성 기준이 강화되면 중소형 저축은행은 타격이 클 것"이라면서 "결국 저축은행들이 우량 고객들을 위주로 대출을 하게 되고, 기존 이용자인 중저신용자들은 저축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