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적고 대손충당금 많지 않은 저축은행은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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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지현 기자] 6000억원대의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으로 2금융권에 비상이 걸렸다. 중복대출을 받은 육류 중개업체 및 보관업체들로부터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1년 수익을 날릴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기사건에 휘말린 2금융사들은 1년 수익에 맞먹는 규모의 대출을 해당 업체에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육류담보대출이 대출 기간이 짧고 회전률이 높다는 이점을 보고 틈새시장을 노리면서 대출 규모도 늘려온 것.
동양생명은 3803억원 규모로 육류담보대출을 실행했고, 화인파트너스는 676억원, HK저축은행 354억원, 효성캐피탈 268억원의 규모로 대출을 해줬다. 규모만 보면 각 금융사의 1년 당기순이익과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이번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이 같은 담보물을 가지고 여러 금융사에서 중복으로 대출을 받았다는 데 있다. 담보물이 여러 금융사에 귀속되기 때문에 대출금을 회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대출금 회수가 불가능한 최악의 경우에는 1년 수익을 모두 잃게되는 셈.
현재는 육류담보대출의 피해 규모 및 원인을 파악하는 단계여서 구체적인 대손 금액이 파악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대출금 회수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한 여신업계 관계자는 "해당 금융사들은 담보물이 있기 때문에 육류를 팔거나 기업을 가압류해서라도 최대한의 금액을 회수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10곳이 넘는 업체가 엮여있는 만큼, 담보물의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이 예상돼 대출금 회수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이번 사기 사건의 채권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해 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담보물이 여러 금융사에 나뉘어 팔리게 되면 담보물이 없어지고 채무법인의 신용도에 기반해 채권을 매각해야 하는데, 사기사건 용의 업체의 채권에 대한 수요가 있을지 미지수라는 것.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결국 이번 대출사건에서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은 육류 담보물을 팔거나 회사를 가압류해 최대한 돈을 받아내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안방보험의 재무적 지원이 가능한 동양생명이나,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놓는 대형 캐피탈사들은 상황이 조금 낫다. 신한캐피탈 등 대형 캐피탈사들은 선박 여신을 취급해 1년에 400억~500억원에 이르는 대손충당금을 쌓아놓는다. 따라서 이번 육류담보대출금액을 전액 회수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타격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자본 규모가 크지 않은 저축은행들은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저축은행들은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2015년부터 겨우 흑자로 돌아선 터라 순익 규모도 작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산담보대출의 담보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여신금융협회는 지난해 12월 중복리스사고 방지를 위한 '기계설비리스 물건정보 조회 시스템'을 오픈한 바 있다.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이번 육류담보대출은 대출 기간이 3개월 가량으로 워낙 짧아 등기제도를 활용하지 않았고, 공신력도 없었다"며 "담보물에 대한 공신력있는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