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후 정권교체·사회통합 실패하면 증시부진
[뉴스핌=김지완 기자]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됐다. 탄핵 후 향후 주식시장의 흐름이 투자자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탄핵으로 기존 정치세력을 심판할 수 있는 정권교체가 이뤄지거나 탄핵으로 사회통합이 이뤄졌을 때만 증시상승이 이뤄졌다. 반대의 경우에는 부진을 면치못했다.
◆ 브라질, 호세프 검찰수사와 탄핵에 대한 국민지지...증시 최고치 근접
가장 가까이는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의 탄핵 사례다. 직무가 정지된 지난해 5월12일 브라질 보베스파증시는 5만3241포인트 수준이었으나 탄핵안이 통과된 8월31일까지 5만7091포인트까지 올랐다. 지난달 23일에는 6만9487포인트까지 올라 2008년 금융위기 직전 기록했던 사상 최고점 7만3920포인트에 근접하기도 했다. 호셰프 대통령은 탄핵이후 검찰조사를 받는 등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불황과 부정부패로 인해 국민의 의사에 부합하는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실현되면서 브라질 금융시장은 호전됐다"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국민 여론에 부응한 결과다"고 밝혔다.
이어 "반대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여론에 반하는 정치권 선택으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린 전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여부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헌재가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76.9%로 나타난 반면, ‘탄핵을 기각해야 한다’는 응답은 20.3%에 그쳤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라질이 탄핵결정 이후 증시 상승세가 이어진 것은 개혁과 구조조정의 기대감이 형성돼 외국인 자금이 몰렸다”면서 “이머징 국가에서는 이러한 구조조정과 개혁의 기대감 자체가 성장모멘텀이 된다”고 밝혔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본격화된 지난해 11월17일 이후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6조531억원을 순매수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탄핵정국에서 기업들의 전경련 탈퇴가 이어지며 정경유착의 고리가 약화될 전망이다"면서 "외국인들은 국내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운영의 투명성 확대 등이 장기적인 기업실적 증대로 연결될 것이란 기대속에 적극 매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탄핵 후 '사면권' 남발이 개혁 기대감 약화시켜...국론분열에도 증시하락
반면, 탄핵 후에도 정권교체 실패하거나 정치세력 교체가 없었을 때는 증시하락을 면치 못했다. 탄핵직전 사임을 선택한 닉슨 미국 전 대통령의 바통을 이어받아 포드 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했다. 3년 넘게 남은 잔여임기를 승계한 그는 취임한달 만에 닉슨 전 대통령을 특별 사면했다. 이로 인해 정치권과 언론 등에 큰 비난을 받는 등 사회 갈등이 크게 고조됐다.
다우존스는 닉슨 직전인 1974년 7월 다우존스가 3723포인트였으나 같은해 12월 2883포인트까지 떨어졌다. 반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증시하락폭이 22%에 달했다.
인도네시아 역시 탄핵이후 기존 정치세력이 정권을 이어받으면서 정책추진에 추진동력을 잃고 좌초한 경우다. 부정부패 혐의로 탄핵된 압둘라 와히드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탄핵이후 유유히 미국으로 떠났다. 대통령직을 승계한 메가와티 대통령은 그에 대해 어떠한 법적책임도 묻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증시는 인도네시아 압둘라 와히드 전 대통령 탄핵 시점인 2001년7월 470포인트를 기록했으나 같은해 11월 366포인트까지 주저앉았다.
심태용 미래에셋대우 인도네시아법인 이사는 “와히드 대통령 탄핵에 따른 증시 폭락은 이머징 마켓에서 정치 리스크가 중요한 투자 포인트라는 것의 반증하는 것”이라면서 “당시 탄핵이후 메가와티 부통령이 대통령으로 승격 된 후 남은 임기를 마쳤는데 정책추진 동력을 상실한 채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머징 마켓에서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의사결정의 부재가 경제와 기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조기대선을 통해 새로운 대통령을 뽑을 때까지 컨트롤 타워 부재상황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는 “헌재판결로 탄핵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정책공백기는 계속된다”면서 “황교안 권한대행 체재에서 기존 정책을 이어가거나 마무리하는 수준으로 역할이 제한되기 때문에 컨트롤타워 부재 상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탄핵결정으로 국론이 분열된 경우에도 증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필리핀의 조셉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은 부정부패 혐의로 2000년7월 상원이 탄핵 재판을 착수하자 이듬해 1월 사임했다.
필리핀 지수는 2001년1월말 1687포인트에서 같은해 10월 978포인트까지 하락하며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이 기간 ‘피플파워’로 불리며 많은 시민들이 시위에 나서며 대통령 하야를 촉구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 사임이후 그의 지지 세력들이 장기간 격렬한 저항에 나서며 사회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는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등으로 양분돼 국론분열이 극에달한 현재 우리상황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뉴스핌 Newspim] 김지완 기자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