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바뀌는 中 인증·허가 기준…중기청, 보호무역 대응 강화
[뉴스핌=한태희 기자] 창업 5년차에 접어든 오렌지피플의 김 모 부사장은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원두커피 1억5000만원 물량을 중국으로 수출했는데 3000만원어치를 폐기했다. 중국 세관 담당자가 물품을 검사한다는 이유로 포장박스를 죄다 찢었기 때문이다. 눈으로 검사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오렌지피플 1년 매출은 5억원 안팎.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죽음의 계곡(창업 3~7년차)을 무사히 통과하는데 수천만원어치 원두커피를 한순간에 잃었다. 김 모 부사장은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통관이 까다롭다"며 한숨을 쉬었다.
9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호텔에서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을 만난 중소기업 대표들이 중국 수출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통관·인증 지연 등 비관세장벽이 높아져 아우성이다.
K-P0P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H사는 물건이 압류된 경우다. 중국 최대 상거래 기업의 온라인몰에 입점했지만, 지난해 12월 수출한 수 천건의 제품이 압류됐다. 중국 현지기업도 자국 정부를 상대로 문제해결에 나섰지만, 무용지물이었다.
H사 관계자는 "매출의 70%가 중국이라 타격이 크다"며 "현지에 물건을 보내면 또 압류될 가능성이 있다"며 불안해 했다. 이어 "다른 업체를 알아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이 9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호텔에서 '對중국 수출 중소기업 간담회’를 열고 업계 애로 사항을 듣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청> |
현지 거래처 확보도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국내 중소기업이 중국 전시회에 참여하는 길이 좁아지고 있어서다.
화장품 원료를 개발하는 케미렌드는 전시회 참여 불투명으로 발을 동동 구른다. 케미랜드는 매년 중국에서 열리는 화장품 전시회에 참여한다. 전시회에서 참여해서 미래 파트너와 의견을 교환한 후 1~2달 뒤 다시 만나 신뢰를 쌓았다.
올해는 분위기가 변했다. 재방문 일정을 줄줄이 연기 중이다. 케미랜드 관계자는 "예전에는 미래 제품도 소개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허가 받지 않으면 전시를 아예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스를 예약했어도 허가 받지 않은 제품이 있으면 부스를 못 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시로 바뀌는 허가 기준도 중소기업 진을 빼놓는다. 중국 허가 제도를 숙지한 후 신청을 해도 그새 기준이 변한다는 얘기다.
헤어 드라이기를 판매하는 유니스전자 관계자는 "인증 기관과 협의를 하지만 원칙이 명확하지 않아서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물티슈를 포함해 유아용품 소비재를 파는 마더케어의 대표 또한 "어떤 때는 통과되고 통과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기청은 이날 중국 수출 중소기업을 밀착해서 관리하기로 했다. 주영섭 중기청장은 "수출업계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애로 발생시 신속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민관이 힘을 합쳐 거세지는 보호무역주의 파고를 넘자"고 독려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