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금수저 없이 정상을 밟은 걸그룹 여자친구가 돌아왔다. 올해 막내 엄지까지 스무살을 넘긴 여자친구는 그간 고수해온 '파워청순'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파워시크'에 도전한다.
미니 4집 'THE AWAKENING'으로 컴백한 여자친구와 만난 자리에서 멤버들은 오랜만의 컴백에 다소 긴장한 듯 했다. 데뷔 후 2년간 주로 수수하고 청순한 소녀 콘셉트를 보여줬던 이들은 이제 조금씩 변신을 시도하는 소감을 털어놨다.
"데뷔곡인 '유리구슬' 활동을 마무리하고 '핑거팁'을 처음 들었을 때, 우리가 하긴 이르지 않나 생각했어요. 지금과는 가사도 조금 달랐는데, 네일샵도 들르고 화끈하게 다가가겠다는 당찬 내용이었죠. 가사를 수정하고 나니, 지금 시기에 우리 성장을 보여줄 수 있는 곡이다 싶었고요. 녹음하면서 우리 색깔이 많이 입혀진 것 같아서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소원)
"컴백 전에 5연타 성공할까 주변에서 많이 기대를 가져 주셨어요. 조금은 부담일 수 있지만 많이 관심을 가져주신 거라 감사해요. 그런 기대에 힘입어서 더 열심히 무대를 준비 중이에요." (유주)
여자친구는 '핑거팁' 뮤직비디오에서 일본 여고생을 연상시키는 짧은 체육복, 교복, 심플한 파스텔 톤의 원피스 등 소녀 패션을 드디어 벗어났다. 이전보다 화려해진 헤어 컬러와 카리스마 넘치는 제복 스타일링이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변신이 왜 지금이어야 했는지 이유를 물었다.
여자친구 소원, 신비, 엄지 |
"곡의 분위기랑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요. 걸크러쉬를 한 눈에 딱 보여줄 수 있는 의상이다 싶었죠. 무조건 콘셉트를 바꿔야돼 했던 건 아닌데 곡을 고르면서 좀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죠. 이 친구들이 좀 더 성장했고 보여줄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구나 느끼시길 바랐어요. 자연스럽게 변화를 시도하게 됐고요." (예린, 소원, 엄지)
그러면서도 여자친구는 2년간 매달려온 '파워청순' 콘셉트에 여전한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소원은 "저희 콘셉트를 너무 좋아했다"고 털어놓으며 많은 사랑을 받은 나름의 비결을 얘기하기도 했다. 은하는 과거 깜짝 고백한 '섹시 콘셉트 욕심'을 해명하면서도 은근히 기대를 드러냈다.
"여자친구의 '파워청순' 콘셉트는 누가 시키신 게 아니라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어울리는 거였어요. '시간을 달려서'는 음악적으로 약간 변화는 있었지만 계절을 고려해서 우리와 잘 맞는 음악들을 골라왔다고 생각해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신 이유가 노래는 밝고 가사는 서정적이고 예쁜데 안무가 파워풀했다는 점 아닐까요. 그런 반전을 사랑해주신 것 같아요. 이제 더 적극적인 가사와 더 강력한 안무를 준비했고 여자친구의 색다른 매력을 어필하고 싶어요."(소원, 예린)
"'섹시는 우리의 미래'라고 했던 건 사실 농담이었어요.(웃음) 저희가 '파워청순'을 할 때 이번 '핑거팁'의 콘셉트를 할 거라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어쩌면 섹시 콘셉트를 보여드릴 수는 있겠죠? 그렇다 해도 그 발언은 농담이었습니다. 하하." (은하)
여자친구 예린, 은하, 유주 |
여자친구가 흙수저에서 출발했다는 말은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3대 대형 기획사 출신이 아니라 '금수저'는 아니었음이 명백했다. 하지만 멤버들 모두는 "부족함 없이 회사에서 잘 챙겨주셨다"고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음을 고백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단 한 가지였다.
"저희가 흙수저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데뷔 전부터 부족함 없이 레슨 받고 싶은 거 다 받고 숙소도 좁지는 않았거든요. 누릴 건 다 누렸지만 가끔 그런 건 부러웠죠. 같은 회사 선배들이 방송국에서 잘 챙겨주시는 거요. 선배 가수분들이 계시면 좀 내리사랑이라고 해야하나. 방송국 처음 갔는데 아무도 없는 것보다 잘 아는 선배가 있으면 그 팬들도 좀 챙겨주시고 응원 댓글도 써주실 것 같았거든요." (소원)
멤버들은 시종일관 여자친구의 현재를 있게 한 회사 식구들에게 감사했다. 그래도 데뷔 후 2년이나 흐르면서 약간의 민원(?)은 생겼다. 이제 갓 스무살을 넘어서며 여자친구로 나름대로 성과를 낸 멤버들. 예린은 현재의 여섯 멤버로 처음 시작할 때를 떠올리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동력은 서로 의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심을 털어놨다.
"회사에서는 저희가 잘 됐다고(?) 달라진 게 없어요. 최근에 핸드폰을 쓸 수 있게 돼서 자료도 공유하고 소통을 하는 건 좀 더 편해졌죠. '너 그리고 나' 활동 끝나고 핸드폰을 받았거든요. 아직 회사에서 아가들 대하듯 하시는 건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조금 바라는 건, 숙소에 수납공간이 많이 부족해요. 조용히 이사를 바란다는 말씀 드립니다. 2년간 6명이 같이 살다보니 짐이 많이 쌓였거든요.
2014년에 데뷔가 미뤄지면서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멤버들 뿐이었어요. 우리끼리 으쌰으쌰하고 화이팅하자 늘 얘기하고 노력했죠. 멤버들이 없었다면 데뷔할 수 없었을 거고, 여자친구의 지금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예린)
현재 활동 중인 동년배 걸그룹 중 여자친구의 대항마는 트와이스 한 팀 뿐이다. 흙수저와 금수저 출신 양대 강자로 늘 경쟁하고 비교를 당하는 게 피곤할 법 하다. 그럼에도 여자친구는 "당연한 일"이라고 의연한 태도로 세간의 평가를 받아들이며 발전과 성장을 얘기했다. OST와 예능 등 솔로 활동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당분간은 음반 활동과 4월 팬미팅을 위주로 여자친구로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트와이스와 항상 비교를 해주시는데, 당연히 궁금해하실 부분이고 물어보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끼리는 좋은 동료고 사적으로도 잘 지내는 팀이라서 서로 응원한다고 늘 대답하고 있죠. 많은 분들도 서로 꾸준히 잘 지내는 걸 보시면 너무 라이벌이라기보다도 둘 다 좋게 봐주시지 않을까 해요."(엄지)
"이번 앨범 목표가 성적이나 기록 같은 건 아니었어요. 새 콘셉트에 도전하려는 마음이 컸고 데뷔할 때 마음가짐으로 준비했죠. 이런 것도 잘할 수 있구나. 할 수 있는 게 많아졌구나 생각해 주시면 1차적인 목표는 이루는 거라고 생각해요. 여자친구로서나 개인적으로나 많이 발전했다는 말을 듣는 게 목표예요. 앞으로가 기대되는 팀, 변화무쌍한 걸그룹이라는 평가를 듣고 싶어요." (엄지, 예린, 소원)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사진=쏘스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