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3월 인상론…옐런 의장 연설 '주시'
"르펜, 국채표시 통화 바꾸면 국가 디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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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성수 기자] 2월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는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두드러졌다. 이는 대표적인 위험시장인 주식시장이 연조 조정장세 이후 강력한 랠리를 재개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과 독일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지난 한 달간 9.30베이시스포인트(bp, 1bp=0.01%포인트), 23.10bp씩 하락했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도 3.50bp 떨어졌다.
◆ '트럼프 불확실성에 금리인상 우려'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 및 유럽발 정치 리스크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증가한 영향이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인사들이 최근 잇달아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도 채권금리 상승에 일조했다.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연준이 조기 금리인상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의 3월 금리인상 확률을 50%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달 24일까지만 해도 확률이 40% 정도였으나 크게 오른 것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상원 반기보고에서 3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했고, 로버트 카플런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등이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시장도 이에 반응한 것이다.
린지그룹의 피터 부크바 수석 애널리스트는 현재 기준금리가 0.50~0.75%로 중간값은 0.625%이며, 4월물 연방기금금리 선물 가격은 금리로는 0.7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즉 현재 기준금리와 4월물 금리가 중간값 기준으로 0.125%의 격차를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3월 금리인상 확률은 50%로 추산된다는 게 부크바 애널리스트의 진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9일 "깜짝 놀랄만한" 세제개편안을 몇 주안에 내놓겠다고 했으나 국정연설이 끝난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내용은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일 내로 확장적 재정정책의 구체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시장의 실망감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장은 다시 연준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옐런 의장은 3일 시카고 경영자클럽에서 경제전망을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다. 이날은 연준 고위 관계자들이 통화정책 발언을 삼가는 '블랙아웃' 기간이 시작되기 하루 전날이어서 오는 14~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에 옐런 의장의 목소리를 듣는 마지막 기회가 될 전망이다.
옐런 의장이 금리인상에 대한 확실한 힌트를 제시하지 않을 경우, 시장 분위기는 3월 FOMC에서 금리가 동결되는 쪽으로 바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기준금리 및 10년 국채금리 전망치<자료=국제금융센터> |
◆ "르펜, 국채표시 통화 바꾸면 국가 디폴트"
올해 유럽 채권시장은 프랑스 대선 등 정치적 이벤트에 따라 불안 여지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유로존은 그동안 특정국 불안이 역내 취약국으로 전이되는 현상을 보여왔다. 이번에는 역내 경제규모 2위인 프랑스가 발단이라는 점에서 유럽연합(EU)과 유로화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프랑스 극우성향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는 유로화 대신 프랑스 프랑화를 부활시키고, 유로대비 프랑화의 평가절하를 유도함으로써 수출 경쟁력을 높이길 원하고 있다. 또한 국채의 표시통화를 프랑화로 변경하고, 화폐발행을 통해 채무를 상환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FN 고위당직자들은 르펜 후보가 당선되면 프랑스 국가부채 중 80%를 새로 발행할 프랑화 표시 채권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비드 라슐린 FN 선거대책위원장은 "정부 부채 중 20%는 국제법 영향 아래 있지만 나머지 80%에 대해서는 표시 화폐를 바꿀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프랑스의 유로화 부채는 2조유로가 넘어, 프랑스 연간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육박한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프랑스가 EU를 떠나려면 이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그러나 프랑스가 실제로 국가 부채의 표시 통화를 프랑화로 바꾼다면 세계 금융시장은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국제신용평가사들은 경고했다. 새 프랑화 가치가 어느 수준에서 형성될지 알 수 없는데다, 유로존 내 경제규모 2위인 프랑스의 탈퇴로 유로화 가치도 급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연구기관 세르클레 드 레튀드의 필립 크레벨 거시경제학자는 "유로 대신 프랑화를 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프랑스는 유로 부채를 상환할 여력이 없어 파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 정부 뿐만 아니라 유로와 달러 부채를 갖고 있는 은행과 보험사들도 줄줄이 파산할 것"이라며 "BNP파리바는 유럽에서 HSBC 다음으로 큰 은행인데, 이 은행이 무너진다면 리먼브라더스 파산보다 10배의 충격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와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국채의 통화변경이 디폴트 사유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자료=국제금융센터> |
프랑스발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할 수 있는 ECB의 정책 여력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2012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에는 ECB가 주변국 국채를 대거 매입하면서 불안을 진정시켰으나, 오는 4월부터는 양적완화(QE) 규모가 월 800억달러에서 600억달러로 감소할 예정이다. 또한 각국 채권에 대한 매입규모도 제한되면서 ECB의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워진 상태다.
프랑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도 미약한 경기회복세와 은행권 부실,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국채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프랑스 국채시장은 선거일까지 불안이 지속될 것"이라며 "르펜이 당선될 경우 프랑스와 독일 국채의 스프레드가 유로존 재정위기 당시의 140bp 수준까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유로존 기준금리 및 10년 국채금리 전망치 <자료=국제금융센터> |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