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다시 사랑하기까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오는 16일 선을 보이는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오버 더 펜스'는 각자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사랑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린다.
'오버 더 펜스'는 도쿄의 대기업서 일하다 하코다테의 어촌으로 들어온 시라이와의 따분한 일상으로부터 막이 오른다. 아내와 별거 중인 시라이와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 직업학교에서 목수 일을 배운다. 말이 좋아 직업학교지, 그에게 이곳은 실업수당을 더 받기 위해 잠시 거쳐가는 곳일 뿐이다.
아내와 다시 합쳐야 할지 확신도 서지 않는 상황. 뭣 하나 정해진 것도 없고, 또 정해질 것도 아니기에 시라이와의 일상은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다. 평범한 도시락에 김빠진 맥주로 하루를 마감하곤 하던 시라이와. 그러던 그에게, 한눈에도 범상찮은 여인이 찾아왔으니. 이름도 독특한 사토시다.
술집에서 웃음을 파는 사토시(보통 남자아이에게 붙이는 이름이다)는 예쁘고 매력적이지만 얇은 유리잔처럼 불안하다. 뭇 사내들처럼 시라이와 역시 사토시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기행에 그만 백기를 든다. 그럴수록 더 저돌적으로 시라이와에게 파고드는 사토시. 과연 두 사람은 평범한 연인들처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영화 '오버 더 펜스'는 극복하기 어려운 상처 탓에 일그러진 일상을 사는 여자와, 미래에 대한 어떤 확신도 없이 하루하루 의미없이 보내는 사내의 로맨스다. '오버 더 펜스'는 홈런을 뜻하기도 하는데, 영화를 끝까지 보면 감독이 왜 이 제목을 붙였는지 짐작이 된다.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 오다기리 죠와 아오이 유우는 '오버 더 펜스'를 통해 상처 입은 사람들이 새로 사랑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한국 영화와도 인연이 있는 오다기리 죠는 섬세한 연기를 통해 자칫 평면적으로 보일 수 있는 시라이와 캐릭터에 입체감을 줬다. 작품 안에서 거의 같은 톤의 목소리와 표정으로 일관하는 시라이와 캐릭터가 한순간에 감정을 터뜨리는 신이 특히 볼
워낙 독특한 캐릭터가 어울리는 아오이 유우는 예나 지금이나 색깔이 분명한 연기를 보여준다. 머리 속 강박 탓에 신경질적이고 날카롭지만 더없이 약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적인 캐릭터를 잘 표현해냈다. 지금껏 숱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오이 유우는 세세한 캐릭터 묘사로 극의 흐름을 주도한다. 그가 완성한 사토시는 사랑이 푸석푸석한 삶에 얼마나 값진 의미%A진 의미를 줄 수 있는지 깨닫게 한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 사진=(주)씨네룩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