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 작년 2월 영업익 전망은 1326억...실제 1/10 토막
엘아이에스, 괴리율 큰 전망공시...벌금 1200만원으로 '쓱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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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지완 기자] #1. 두산건설은 지난해 2월4일 2016년 실적 전망치로 매출액 2조993억원, 영업이익 1326억원, 당기순이익 286억원을 발표했다. 1년여가 흐른 지난달 16일 결산이 끝난 시점에서 두산건설은 매출액 1조2746억원, 영업이익 128억원, 당기순이익 -3570억원을 내놨다. 전망치가 크게 조정된 정정공시였다.
#2.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월4일 195억달러 규모의 연간수주 전망치를 공시를 통해 알렸다. 하지만 같은해 11월7일 결산을 앞두고 '연간 수주 전망치 95억달러'로 정정공시를 냈다.
#3. 엘아이에스는 지난해 2월15일 2016년 사업연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3425억원과 506억원의 영업실적 전망을 공시했다. 같은해 11월10일. 엘아이에스는 매출액 1120억원, 영업이익 -119억원으로 정정공시를 했다.
매년 초 상장회사들의 실적전망 공시가 부풀려 발표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솜방망이 처벌, 뒤늦은 정정공시의 사실상 면죄부 효과로 불합리한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결국 기업 전망치를 믿고 투자한 이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 두산건설 영업이익 괴리율만 90% 이상...당국 "전망치 틀릴 수 있어"
이런 부풀려진 실적공시는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실적 전망치 산정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최원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월 리포트를 통해 두산건설의 2016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1조9179억원과 1104억원을 전망하면서 목표주가를 6000원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기업이 내놓은 전망치에 할인율이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두산건설은 전망치 대비 실제 영업이익에서 90% 이상의 괴리율이 발생했다. 2일 현재 주가는 3705원으로 리포트 발행 당일 주가(3780원)를 하회하고 있다.
2월16일 발표한 두산건설의 영업실적 정정공시<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
이에 대해 김용상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공시부 부장은 “예측정보에 대해선 예외를 두고 있다”면서 “'예측정보'라는 문구와 더불어 판단근거, ‘예측치와 실제결과가 다르다’는 주의 문구 등이 표시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답했다.
정정공시에 대한 강제사항도 없다. 김창호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공시부장은 “분기 단위로 실적이 나오기 때문에 조정할 수 있는 정정공시 기회가 세 번이나 있다”면서 “다만 분기실적을 토대도 괴리율이 큰 기업들에 대해 정정공시를 유도하고 있지만 잘 따르지 않는 기업들도 있긴 하다”고 언급했다.
실제 영업실적 관련 정정공시를 낸 기업들은 결산을 앞두고 있거나 결산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정정공시를 내는 상황. 두산건설 관계자는 “영업실적 전망치는 기본적으로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발표된다”면서 “이사회에서 실적 목표치가 하향 조정된 사업계획서가 통과가 되지 않는 이상 정정공시를 내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 '전망=목표' 혼용 오랜 관행...솜방망이 처벌 지속
용어가 혼용되고 있는 것도 주된 요인 중 하나다. 즉 '실적전망'과 '실적목표'가 동일한 의미로 사용돼 투자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지적에 두산건설 관계자는 “전망과 목표는 동일한 의미 아니냐”고 반문하며 “올해부터 발표할 실적 전망치는 목표보다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전망치를 내놓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이런 오류가 반복되자 일부는 영업실적 전망공시에 대해 ‘전망’이 아닌 ‘목표’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다. 지난해 1월5일 현대중공업이 연간 수주 전망으로 195억달러를 공시한 다음날인 6일 NH투자증권의 유재훈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현대중공업의 195억달러는 다소 공격적인 수주 목표”라며 평가했다.
국어사전에서 ‘전망’은 ‘내다보이는 장래의 상황’, ‘목표’는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지향하는 실제적 대상’으로 서술돼 있다.
이원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공시제도팀장은 “거래소는 분명히 기업들에게 전망치를 공시하라고 요구했다”면서 “목표치를 제시하는 기업이 있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 말했다. 다만 이 팀장은 “5점 이하의 경미한 위반에 대해 부과벌점을 벌금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현재의 솜방망이식 처벌 관행이 개선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엘아이에스는 2015년 3월 매출액을 2100억원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사업보고서의 실제 매출액은 절반 수준인 1200억원에 그쳤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3점의 벌점이 예고되자 한국거래소와 협의해 벌점 1점당 400만원, 총 1200만원의 벌금을 내는 것으로 대신했다.
공시우수법인에 대해선 벌점이 6개월간 유예되고 증권시장지 등의 시세표상에서도 불성실공시법인을 뜻하는 ‘不’표시도 면제된다. 6개월동안 신규위반을 하지 않으면 벌점부과를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두산건설과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 2015년 공시우수법인으로 선정된 상태여서 실적전망치와 실제 실적의 큰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면죄부를 받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완 기자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