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News

속보

더보기

[재계노트] 혼란, 아쉬움, 걱정..삼성의 각자도생

기사입력 : 2017년03월01일 14:19

최종수정 : 2017년03월01일 14:19

실용주의 뉴삼성, 준비없이 성큼...의사결정 구조 재정비 필요

[뉴스핌=이강혁 기자·황세준 기자] 완전한 해체를 선언한 삼성 미래전략실의 폐쇄작업이 시작됐다. 1일 삼성 서초사옥 로비는 국경일을 맞아 한산했지만 미래전략실이 입주해 있는 40층과 41층은 짐을 정리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한 미래전략실 간부는 "개인 물품을 정리하고 인터넷 끊는 것부터 시작해 처리해야 할 잡무가 많아 정신이 없다"라고 전했다.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그룹 컨트롤타워 해체는 임직원들의 짐을 싸는 일부터 혼란이다.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이 지난달 28일 미래전략실 해체 및 각 사 이사회 중심 자율경영 현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이강혁 기자>

"그룹이 망했다. 이제 그룹은 없다." 미전실 해체가 발표된 지난달 28일, 한 계열사 관계자는 침통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삼성의 글로벌 일류기업 성장 원동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 삼성 내부에는 혼란과 아쉬움, 분노, 미래에 대한 걱정 등 만감이 교차했다.

삼성은 계열사 각자도생이라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하는 상황이 됐다. 삼성 최고의 엘리트 인재인 미래전략실 수뇌부가 모두 퇴진하고, 매주 수요일 열리던 사장단회의도 폐지키로 하면서 그야말로 계열사별 '완전한' 자율경영의 시대를 시작한다. 재계는 1993년 6월 7일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의 최대 변화"라고 총평했다.

사실 각 계열사의 자율경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장기적 관점에서 추구해온 방향성이기도 하다. 평소 실용주의와 계열사 각자도생을 강조하는 경영철학을 강조해 온 그는 일단 2015년말 인사에서 미래전략실을 재정비한 바 있다. 전자계열을 담당하는 전략1팀과 비전자계열을 담당하는 전략2팀을 전략팀으로 통합했고 이건희 회장 의전담당 조직인 비서팀도 없앴다.

이어 해마다 진행해 온 그룹 차원의 신입사원 하계수련회를 지난해부터 폐지하고, 각 계열사별 행사로 전환했다. 수평적 직급체계를 도입하는 '컬쳐혁신'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미전실 해체를 언급한 것도 이런 일환이다.

이사회 중심의 경영은 이 부회장의 '뉴삼성' 핵심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27일 삼성전자 등기이사를 맡으며 이사회에 직접 힘을 실었다. 또 글로벌 기업 출신 사외이사 1명 이상을 삼성전자 이사회에 추천하고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해 이사회의 실질적 권한을 강화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각 계열사별 각자도생은 이미 일부 시작됐던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부회장이 그려온 '실용주의 뉴삼성 시대'가 철저한 준비없이 성큼 다가왔다는 것이다. 삼성은 이번 미래전략실 해체를 발표하면서 "폐지에 따른 후속조치는 각 계열사별로 이제부터 마련한다"고 했다.

때문에 초불확실성, 초경쟁의 글로벌 경영환경을 고려하면, 삼성 안팎의 우려는 크다. 당장 리더십의 예리한 통찰과 인재경영, 경영관리시스템, 가치와 문화 등 삼성의 핵심역량 모두가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역량을 어떻게 재정비하고 재배치할지 삼성 내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오죽하면 삼성 저격수라는 한 경제시민단체도 준비없는 그룹의 해체를 걱정할까.

삼성의 글로벌 일류기업 도약에는 미래전략실의 역할이 컸다. 최순실 게이트 특검 수사 과정에서 대관 기능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기는 했으나, 연매출 300조원의 거함을 이끄는 컨트롤타워 기능은 순기능이 훨씬 더 많다.

미래전략실은 과거 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에서 권력의 집중화를 버리고 조화와 조율의 조력자로 진화했다. 그동안 오너와 주주, 전문경영인을 아우르는 삼성의 '최대 이익' 핵심이었다. 삼성 안팎에서 미래전략실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없었다면 현재의 글로벌 삼성이 존재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을 내놓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5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로 기업의 컨트롤타워가 마치 공정하지 않은 암적인 존재로 코너에 몰렸지만 두어가지 부정적인 것 때문에 백가지 순기능이 묻히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익 극대화, 주주 만족, 빠른 의사결정, 일사분란한 경영 등 최적의 이익관점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기능을 대책없이 해체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라고 견해를 전했다.

삼성 내부에서조차 특검 정국의 영향으로 등 떠밀리듯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는 것이 앞으로 삼성의 글로벌 초일류 기업 도약을 위해 맞는 방향인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현장의 사령관이자 전략가인 전문경영인의 역량과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만으로 백년대계를 준비하는 것은 험난한 여정일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삼성 서초사옥 <사진=김학선 기자>

이와 관련해 전자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업의 특성상 추격자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이고 능력있는 전문경영인의 역량이면 충분할 수 있지만, 시장의 선도자 지위에서는 광범위한 의사결정과 미래를 내다본 선제적 투자 등을 신속하게 판단하고 조율할 관제탑 기능은 필요한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오늘 날의 삼성을 만든 원동력이 미래전략실의 컨트롤타워 기능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도 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컨트롤타워 기능 자체를 없애기는 만만치 않은 만큼 공통적인 현안이 발생할 경우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의 주력계열사 전문경영인 협의체 탄생을 가능성 높게 본다. 또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사실상 컨트롤타워 기능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의 경우도 지주회사의 전사지원조직을 통해 법무·인사·재무·사업개발 등과 관련해 각 계열사를 지원하고 핵심 현안을 결정한다.

삼성에게는 넉넉한 시간이 없다. 머뭇거리다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면 회복이 불가한 상황과 맞닥드릴 수도 있다. '정말 삼성이 달라졌다'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한 의사결정 구조의 재정비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이건희 회장은 "절망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라"고 했다. 이 회장의 어록이 지금 각 계열사의 각자도생 출발점에서 필요해 보인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 재계팀장 (ikh@newspim.co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트럼프 주니어, 내주 방한…정용진 초청 [서울=뉴스핌] 남라다 조민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다음주 한국을 방문한다. 이는 사이가 각별하다고 알려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23일 재계 등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다음주 중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그는 방한 후 정용진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을 만나 트럼프 정부와 가교 역할을 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지난 18일(현지시간) 워싱턴을 찾은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가운데)이 트럼프 주니어(왼쪽)와 만나 부인 한지희씨(오른쪽)를 소개 후 반갑게 사진을 찍었다. [사진=신세계그룹]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은 '절친'으로 알려진 정용진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한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유예했지만,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수출기업과 유관 단체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정 회장이 지난주 미국을 찾아 트럼프 주니어와 만나 한국 기업들의 우려를 전달하며 방한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다음 주, 트럼프 주니어가 정용진 회장 초청으로 방한해 국내 주요 기업 인사를 만날 예정"이라며 "일정하고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mkyo@newspim.com 2025-04-23 16:49
사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사건 전합 회부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대법원이 22일 곧바로 심리에 들어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첫 합의기일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혐의' 1심 속행 공판에 출석 하고 있다. 2025.04.22 leemario@newspim.com 앞서 대법원은 이날 오전 이 전 대표 사건 2부에 배당하고 주심으로 박영재 대법관을 지정했다. 하지만 이후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첫 합의기일도 열리게 됐다. 전합은 종전의 판례를 바꾸는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중요 사건을 다룬다. 대법원장이 직접 재판장을 맡고,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하는 대법관을 제외한 나머지 대법관 12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다. 단 이번 사건에선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노태악 대법관이 회피신청을 했다. 이에 이 사건은 조 대법원장과 나머지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심리할 전망이다.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이 전 대표는 2020년에 이어 두 번째 전합 판단을 받게 됐다. 이 전 대표는 2016년 6월 성남시장으로 있으면서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하고,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토론회 등에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적이 없다는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에선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020년 7월 전합은 이 전 대표 사건을 7(파기환송)대 5(상고기각)로 무죄 취지 파기환송했고, 이후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나온 뒤 그대로 확정됐다. 대법원이 본격적인 심리 절차에 들어가면서 이 전 대표 사건 선고 시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공직선거법 사건은 '6·3·3원칙(1심 6개월, 2·3심 3개월)'을 준용하게 돼 있기 때문에 원칙대로라면 오는 6월 26일까지 선고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같은 달 3일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고 이 전 대표가 유력 후보로 꼽히는 만큼, 이전에 결론이 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의 핵심 실무자였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및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대표는 1심은 이 전 대표가 방송 인터뷰에서 "해외 출장 중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한 부분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토부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을 해준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부분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해당 발언들이 모두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1심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법원의 판단은 피고인의 발언에 대한 일반 선거인들의 생각과 너무나도 괴리된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판단으로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며 상고를 제기했다. hyun9@newspim.com 2025-04-22 15:23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