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컨트롤타워 부재의 단면...컨트롤타워는 어떤 식이든 필요
[뉴스핌=황세준 기자] 지난달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한줄이 삼성을 긴장케 만들었다. "땡큐 삼성! 미국은 당신과 함께 하고 싶다!"는 내용의 이 게시물은 삼성전자가 미국에 가전제품 생산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에 대한 반응이었다.
약 한달 뒤인 오늘(1일) 미국에 가전공장을 설립한다는 보도자료가 언론에 배포됐다. 그런데 배포자는 삼성전자가 아닌 LG전자다. "땡큐 삼성" 트윗에 LG가 먼저 화답한 모양새다.
LG전자는 6년전부터 검토했던 사안이라며 이번 결정이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압박과는 별개라는 점을 에둘러 강조했다.
그러나 후보지를 8개에서 4개로 압축하는 데 2년이 걸렸고 4개 후보지에 대한 2차 검토를 지난해 말부터 시작했다는 점에서 보면 LG가 빠른 의사결정을 내렸음을 알 수 있다.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 기자간담회를 통해 "아직 검토하는 단계로 80%정도 정리가 됐으며 상반기 중에 어떻게 하겠다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 부회장은 올해부터 LG전자의 모든 사업을 책임지는 1인 CEO를 맡았다. 그룹 차원에서는 오너인 구본준 (주)LG 부회장이 사업 전반을 챙기면서 LG전자 이사회 의장도 맡아 조 부회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땡큐 삼성'에 대한 답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에 생산 시설을 추가할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할 뿐이다.
삼성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한국 기업을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고 멕시코에 공장을 짓기로 한 도요타자동차에 대해 절대 안 된다는 트윗을 남기는 등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모습을 취했다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삼성은 당분간 답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동안 특검 수사와 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경영에 차질을 빚으면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웠고 이제는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마저 사라졌다.
삼성은 채 준비를 마치기도 전에 미전실 해체를 발표했다. 미래전략실 해체 후속조치마저 계열사별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급한 현안인 사장단 및 임원인사 기준조차 아직 확정된 게 없다.
재계는 특검 수사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로 삼성에 대한 반기업 정서가 확산됐고, 결국 급박하게 미전실 해체를 단행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여러 변수를 고려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대기업 입장에서 컨트롤타워의 부재는 경영차질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오죽하면 미전실 해체를 주장했던 경제개혁연대마저 "계열사들이 아무런 조정 기능 없이 독립 경영하는 상황을 상상할 수 없다"는 논평을 내놨겠는가.
미래전략실이 법적인 근거 없이 삼성을 좌지우지 해 온게 문제라면 법적인 근거를 가진 지주회사 등의 조직으로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다. 실제 삼성은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해 왔다. 컨트롤타워는 어떤 식으로든 필요하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