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지원 기자]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했다. 밝은 미소와 발랄한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까지 기분 좋게 만드는 ‘화랑’의 ‘해피 바이러스’ 아로. 배우 고아라(28)는 KBS 2TV 월화드라마 ‘화랑’에서 특유의 유쾌함을 캐릭터에 녹여내며 ‘고아라표 아라’를 완성했다.
100% 사전제작으로 진행된 드라마 ‘화랑’. 지난해 여름, 무더위와 싸우며 촬영을 시작해 얼마 전 방송을 마쳤다. 매회 ‘본방사수’를 하려고 노력했다는 그는 1년 여 만에 드라마를 마친 기분이라며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웃으며 시청자 입장에서 봤어요. 매번 그렇지만 이번 작품도 끝나니 아쉽기만 하네요. 특히 지난여름이 엄청 더웠잖아요. 촬영하면서 엄청 힘들었어요. 한 신을 찍는데 정말 많은 곳을 다녔던 것 같아요.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경기도 등 전국 팔도 유람을 한 기분이에요. 그나마 산 속에 들어가 찍을 때면 그늘이 있어 잠시 더위를 피할 수 있었어요. 꽃과 나무를 보면서 힐링도 하고요.”
극 중 아로는 진골 아버지와 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반쪽 귀족’으로, 주변 사람들의 무시를 당하기도 하지만 씩씩하게 삶을 살아가는 캐릭터다. 특히 꽃미남 화랑 선우(박서준)와 삼맥종(박형식)과 삼각 러브라인으로 안방극장에 설렘을 전했다.
“아로는 좋으면서도 어려운 캐릭터였어요. 아로가 선우를 친오빠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조금씩 느끼는 감정 변화가 어려우면서도 색다른 느낌이었죠. 또 ‘원화’라는 인물이 되는 과정 역시 아로가 성장해가는 모습이에요. 그걸 함께 그려가며 저 역시 한 뼘 성장한 것 같아요.”
드라마 촬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화랑’은 막상 방송이 시작되자 한 자릿수 시청률로 부진한 성적을 냈다. 특히 꽃미남 ‘화랑’들 이야기에 집중된 탓에 ‘홍일점’ 고아라는 더욱 아쉬움이 남을 터.
“시청률이 높았다면 더 좋았겠죠. 하지만 이번 작품은 ‘화랑’이라는 주제에 맞게 화랑과 신라시대 정치, 역사 등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그 안에 아로의 멜로라인과 성장과정을 녹여낸 걸로 만족해요. 남자들이 유독 많은 현장이라 에너지가 넘쳤어요. 저 역시 그 에너지를 받아 힘이 났고요. 그런 분위기가 드라마 속에 그대로 전해진 것 같아 기분 좋아요.”
2003년 KBS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을 통해 연기를 시작한 고아라는 어느덧 데뷔 15년차 배우가 됐다. 특히 올해는 소속사를 옮기는 큰 변화가 있었다.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배우 정우성·이정재가 대표로 있는 ‘아티스트 컴퍼니’로 둥지를 옮긴 것.
“15년이라는 숫자를 들으니 대단한 것 같지만, 저는 아직도 어려요. 배우로서는 갈 길이 멀고요. 지나간 것보다 지금과 앞으로가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있던 SM과는 계약이 만료돼 나왔어요. 한참 ‘미래’를 고민하던 차에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가치관이 딱 맞는 곳을 찾은 거죠. 누구나 고민이 많을 때 선배님들의 조언을 들으면 큰 힘이 되잖아요.”
정우성과 이정재는 회사 대표이기 이전에 같은 길을 걷는 대 선배이기도 하다. 고아라는 그들과 소통할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대표님이라는 생각보다는 선배님이라는 느낌이 더 커요. 연기적인 이야기를 할 때 잘 통하거든요. 어떤 이야기든 편안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이 좋아요. 두 분이 그간 경험을 토대로 말씀해주실 때는 더 감사하고요. 그런데 저희 소속사에는 대표님들 말고도 하정우, 염정아 선배님 등 좋은 분들이 너무 많아요. 하하.”
새로운 소속사에서 또 다른 성장을 기대하는 고아라는 연기 변신에 대한 목마름은 없을까. 공교롭게 ‘화랑’의 밝고 유쾌한 아로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성나정과 닮은꼴. 어느새 배우 고아라에게 ‘왈가닥 성나정’의 이미지가 각인된 듯 하다.
“저도 생각보다 여성스러운 걸요. 드라마 ‘눈꽃’, 영화 ‘조선마술사’ 등에서 다른 역할도 많이 했는데, 유독 밝은 캐릭터가 부각된 것 같아요. 그런 이미지를 바꾸는 건 제 몫이죠. 앞으로 다양한 작품에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할게요.”
사실 고아라에게 ‘응답하라 1944’는 ‘인생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주인공 성나정으로 화려한 시절을 보낸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작품을 통해 좋은 선후배, 동료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응사’때 멤버들이랑은 여전히 잘 지내요. 단톡방이 없어지질 않아요. 시도 때도 없이 울리고, 폰을 바꿔서 프로그램을 다시 깔면 어느새 그 방에 소환돼 있어요. 하하. 같이 작업햇던 분들이 좋은 작품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자극도 되고, 기분도 좋아요.”
고아라는 ‘화랑’ 이후 차기작을 고르는 중이다. 특히 올해는 연예 활동 외에 ‘연애’ 활동도 병행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제 나이도 있으니 남자친구도 사귀고 싶어요. 이상형이요? 진실함이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그냥 날 정말 좋아하고 있다는 진실함이요. 하하. 앞으로 영화, 드라마 장르에 상관없이 재밌는 작품으로 찾아뵙고 싶어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뉴스핌 Newspim] 박지원 기자 (pjw@newspim.com)-사진 아티스트 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