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닮은 프랑켄슈타인 악몽 재현하나' 우려 제기
"AI 통한 생산성 제고 결과물 분배 문제도 심각"
[뉴스핌=이영기 기자] 인간 사회가 인공지능(AI)을 통제하지 못하는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계를 가진 인류의 지식이나 사고방식에서 출발한 AI가 단순히 '시리(Siri)'나 '스포티파이'의 음악추천과 같이 특정기능을 수행하는 알고리즘을 넘어서, 시행착오를 통해 자체학습을 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야 나델라(Satya Nadella) 최고경영자는 인터뷰에서 "AI가 인류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 15년 전 빌 게이츠(Bill Gates)처럼 모종의 조치를 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15년 전의 빌 게이츠는 회사 개발인력들을 모아놓고 컴퓨터 파괴시스템에 대항할 수 있도록 주문했다. 신기술이 가져오는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그의 컴퓨터에 대한 신뢰는 이후 이 분야 발전의 분수령이 됐다는 것.
<사진=윈클의 가상 홈 로봇 '게이트박스' 홈페이지 캡처> |
◆ 인간사회 멍들게 한 편견, AI 벗어날 수 있을까
오늘날 AI도 마찬가지로 예민한 문제들을 드러내는 것으로 관측된다. 머신러닝 시스템은 수많은 데이타로부터 직관을 끌어내지만, 이 직관이 그간 인간사회를 병들게 한 편견을 단절시킬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MS의 에릭 호르비츠(Eric Horvitz) 집행 이사는 지난해 미 상원 청문회에서 "기초 데이타 자체가 편향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활용하는 많은 데이타는 우리가 깊이 이해하지 않고 있다는 전제하에 모은 것"이라며, "머신러닝 어플리케이션이 문화적 편견을 확대해 나가길 원하지 않는다"고 우려한 바 있다.
AI는 인간을 대신해 단순하고 번거로운 일만 하는 것이 아니다. 화이트칼라의 일도 넘겨받을 준비가 돼 있다. 맥킨지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수준의 기술만으로도 화이트칼라 인력의 45%는 AI가 대체할 수 있다.
그런데 작년 뉴스 조직 프로퍼블리카(ProPublica)의 조사는, 미 법무부 시스템에서 형사 재범율을 결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AI 알고리즘이 흑인 피고인에 대해 백인보다 높은 재범율 리스크를 제시하는 인종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결국 AI가 어떤 논리로 어떻게 결론에 도달하는지에 대해 더 높은 투명성이 보장되야 한다는 점이 쟁점으로 드러났다. 정부와 재계에 AI의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AI가 제기하는 이런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나델라 등 업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해답으로 AI알고리즘에 대한 규제 등 정부와 업계의 공동 감시를 꼽는다. 나델라 CEO는 "윤리위원회(Ethics Board)같은 기구가, 특히 미래 예측과 관련해서는 AI를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제어 능력 생겨도 분배 등 풀어야할 과제 산적
결국 개발자가 자신의 작품을 제어할 수 있는가라는 프랑켄슈타인 악몽에 대한 공포가 일고 있는 것이다. 바로 'AI 컨트롤 문제'이다. AI시스템이 개발자가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하지 않고 항상 인간을 위해 봉사하게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UC버클리의 컴퓨터 공학 교수이자 AI전문가 스튜어트 러셀(Stuart Russell) "바람직하지 않은 목표로 줄곧 달려가는 AI의 위험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심지어 인간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불확실하다는 것도 AI가 알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리위원회를 도입해서 AI알고리즘이 인간의 편견을 극복한다고 해도, AI의 일자리 대체와 AI가 가져오는 제고된 생산성의 결과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는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라는 것은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제기된 문제다.
1월 다보스 포럼에서 경영자들은 AI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AI공포로 인한 반감을 우려했다.
기계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일반적이었다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아가 AI가 인간의 육체적 기능을 대체하는 데서 더 나아가 생각 자체를 대체하게 되면 심각성은 달라진다.
도날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과 영국의 EU탈퇴 국민투표 결과의 배경에는 AI의 일자리 대체와 부의 불균등 심화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 하루가 멀다하고 제시되고 있다.
AI로 인한 생산력 증가로 기업과 고객이 얻는 편익은 어마어마 할 것이다. 하지만 이 편익이 어떻게 분배되어야 하는가가 또 다른 쟁점이다.
나델라는 "비용이 축소된다는 것은 다른 쪽에서 잉여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 잉여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잉여가 세금으로 흡수되면 그것은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분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