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서비스 대중화 예고…글로벌 기업 주도권 경쟁 본격화
[뉴스핌=최유리 기자] AI(인공지능) 기술을 상용화한 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지면서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추격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내 시장도 주요 IT 기업들이 AI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면서 각축장을 예고하고 있다. 선두에 선 미국과 거세게 따라붙는 중국 사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 앞서는 美·추격하는 中…한국 AI 기술 '샌드위치'
22일 지식재산권 조사기관 팻스냅에 따르면 미국이 AI 분야에서 출원한 특허 건수는 9786건으로 1위에 올랐다. 중국(6900건)과 일본(5000건), 한국(2638건)이 뒤를 이었다.
<국가별 인공지능 특허출원 건수=팹스냅> |
미국은 IBM, 구글, MS(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IT 기업들이 AI 기술을 이끌고 있다. 관련 기업 투자와 전문가 영입에 공격적으로 나선 결과다. 이에 따라 국내 AI 기술 수준은 미국의 70%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른 한편에선 중국이 매서운 속도로 따라붙고 있다. 3대 IT기업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를 중심으로 AI 투자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바이두는 지난해부터 '베른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검색엔진으로 쌓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2~3세 수준의 지능을 갖춘 AI를 개발하는 게 1차 목표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의 조일구 팀장은 "중국은 최근 투자와 연구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국가"라며 "그 결과가 관련 특허와 기술 선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경우 네이버가 AI 투자에 팔을 걷어붙이며 추격전에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최근 미래에셋과 AI 등 미래 기술 산업을 위해 1000억원 규모의 투자조합을 결성했다. 관련 해외 스타트업과 손을 잡기 위해 유럽투자펀드에 1200억원 가량을 출자하기도 했다.
조 팀장은 "미국은 2010~2012년에 AI 특허를 급격히 늘린 뒤 상용 서비스나 제품을 내놓는 단계"라며 "우리나라는 이제야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겠다는 상황이어서 추격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AI 서비스 봇물 …생태계 확장 경쟁 '본격화'
국내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들이 AI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개별 서비스를 넘어 AI 생태계를 구축해 산업군 전반에 AI 기술을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AI 사업화에 앞장선 IBM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제조, 유통, 의료,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국내 기업과 협력해 AI 산업에 싹을 틔우고 있다.
롯데그룹은 21일(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한국 IBM과 클라우드 기반 인지 컴퓨팅(Cognitive Computing) 기술인 '왓슨(Watson)' 솔루션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롯데그룹 황각규 운영실장(왼쪽)과 IBM 본사 코그너티브 솔루션스 제이 벨리시모(Jay Bellissimo) 총괄사장이 계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롯데그룹> |
최근 롯데와 손잡고 맞춤형 유통 서비스를 제공키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상품을 자동으로 추천, 배송하거나 트렌드를 분석해 적기에 신상품을 내놓는 방식이다. 롯데는 IBM의 AI '왓슨'을 활용한 통합 IT 서비스를 구축해 5년 안에 전 계열사 사업 분야에 적용할 계획이다.
길병원, 고대려학교 융복합의료센터, SK(주) C&C와 손잡고 의료 분야에도 뛰어들었다. 길병원에선 왓슨을 도입해 암 진단 및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융복합의료센터에선 감염병 데이터를 분석해 치료법을 찾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환자의 증상을 입력하면 예상 감염병이나 치료법을 제시하는 서비스다.
내년부터는 왓슨이 한국어 학습을 완료하면서 국내 AI 서비스 대중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제품 추천이나 치료법 설명을 한국어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IBM 관계자는 "왓슨은 연말이면 한글 텍스트 공부를 끝내고 내년부터 스피치 교육을 시작한다"면서 "의료, 금융, 리테일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왓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홈 <사진=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
구글은 번역, 이미지 분류 등 자사 서비스를 중심으로 AI 기술을 고도화시키고 있다. 특히 AI를 적용한 신경망 기계번역은 지난달부터 한국어 지원을 시작해 서비스 질을 강화하고 있다. 이 외에 AI 스피커 '구글홈'이나 한국어가 가능한 MS의 지능형 개인비서 서비스 '코타나'도 조만간 국내에 나올 예정이다.
네이버도 고삐를 당기고 있다. 검색, 음성 합성, 이미지 분류 등 포털 서비스를 넘어 '생활환경지능'에 AI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생활환경지능이란 사람과 상황, 환경 등을 인지해 필요한 정보를 알아서 제공하는 서비스다.
선두 주자로는 '아미카'를 앞세웠다. 이용자의 음성이나 상황을 인식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검색하거나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알아서 필요한 서비스를 해준다. 스케줄 안내부터 음악 재생, 식당 예약, 길 안내, 가전제품 제어, 결제까지 비서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핵심 응용 프로그램 도구(API)를 공개해 다양한 파트너사와 아미카를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파파고 등 번역 서비스에선 이미 AI 기술이 글로벌 경쟁사를 앞서고 있다"면서 "향후 관련 기술에 장기적으로 투자해 아미카나 로봇, 자율주행차 등 생활환경지능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