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대화와 타협 배워야...보수·진보간 '대연정' 제시
[뉴스핌=황세준 기자] "한국사회의 산적한 문제들을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도 없고 어느 한 부분만 해결할수도 없다. 시간이 오래걸려도 풀어나가야 하는데 오히려 정치권은 갈등을 조장하고 더 꼬이게 하고 있다. 정치가 바뀌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들어갈 수 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한국독일동문네트워크 이사장)가 정치권에 쓴소리를 했다. 그는 9일 열린 경총 최고경영자 연찬회 강연자로 나서 한국 정치권이 포퓰리즘과 성숙하지 못한 갈등해결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법치주의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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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식 전 총리 <사진=경총> |
김 전 총리는 "지금 한국 사회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선진국의 견제 심화로 수출여건이 계속 악화되고 있고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치앞을 예견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 사회 내부를 들여다보면 양극화로 인한 갈등구조, 지역·이념·세대간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며 "경제력 뿐만 아니라 사회질서가 잘 짜여지고 안정돼야 선진국인데 이런 모든 것을 비춰봤을 때 우리는 아직 선진국가와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총리는 독일이 합리적인 정치제도를 확립해 평화와 번영을 이룬 점을 배워야 한다며 최근 한국 대권 레이스의 이슈 중 하나인 '대연정'을 하나의 사례로 언급했다.
그는 "최근 대선을 앞두고 연정에 관한 논의가 많은데 연정이라는 것이 단지 장관자리 몇 개 배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독일은 선거가 끝나면 상대당과도 공약을 심도있게 논의해 하나로 단일화 하는 협상 작업을 한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2013년 독일 총선에서 보수인 기민당이 311명으로 과반수에서 5석 부족했고 진보인 사민당이 193석이었는데 기민당과 사민당이 대연정을 했고 다른 진보정당인 녹색당은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도 소개했다.
김 전 총리는 "우리나라 같으면 이런 상황에 진보정당끼리 연정을 하지 않겠는가"라며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이 연정한 것은 사민당의 정책공약이 사민당과 가깝다는 여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정치의 특징은 권력분산과 타협을 바탕으로 권력을 독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독일은 다당제 국가이기 때문에 한 개 정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김 전 총리는 마지막으로 한국 정치도 서로 협력하고 대화 타협하는 제도로 나아가야 제대로된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 정치가들은 국민의 여론에 휩쓸려서 끌려간다든지 포퓰리즘에 빠지지 않는다. 슈뢰더 총리의 경우 선거에 지더라도 본인이 할 일은 한다"며 "하나의 정책이 만들어져서 효과가 나타나기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이 부분을 감내해 내는 것이 정치인의 자세"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