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보수 없어 PB들 안 권해..실제 성과는 액티브 압도
은행은 아예 없고, 증권사도 3곳만 시스템상 가능
[편집자] 이 기사는 2월 3일 오후 3시44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김선엽 기자] #증권사 직원 A씨는 올 초 자신의 퇴직연금에 상장지수펀드(ETF)를 편입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지난해까지 액티브펀드(Active Fund)를 주로 담았지만, 벤치마크(기준수익률)를 못 따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수수료라도 아끼자고 판단한 것이다. 퇴직연금의 경우 장기로 운용되기 때문에 수수료도 누적되면 꽤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A씨가 재직하는 회사는 퇴직연금 계좌에 ETF를 아예 편입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좌절했다.
3일 애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국내 주식형펀드는 대부분 패시브펀드다. 상위 20개를 꼽아보면 모두 인덱스펀드(Index Fund)고 그 중에서도 13개가 ETF다. 50위권까지 눈을 넓혀도 액티브펀드는 2개 정도만 순위권이다.
인덱스펀드는 패시브운용전략 펀드의 대표적인 펀드로, 펀드매니저가 재량껏 종목을 담는 액티브펀드와 달리 코스피200 S&P500 등 지수를 추종한다. ETF도 인덱스펀드와 마찬가지로 지수를 추종하지만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매수와 매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상위 10종목. 모두 인덱스펀드며 녹색이 ETF다. |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퇴직연금의 경우, 가입자들이 이전에 수익률이 좋았던 상품을 고르는 경향이 강하다"며 "퇴직연금 특성상 오랜 시간을 두고 장기간 성과를 내는 상품을 고민한다면 액티브와 인덱스를 적절하게 조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액티브펀드의 몰락에 일부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인덱스펀드나 ETF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은 물론이고 대부분 증권사에서 퇴직연금의 ETF 편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정부가 퇴직연금 계좌에서 합성 상장지수펀드(ETF)까지 편입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푸는 등 ETF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금융기관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은행권은 '실시간 매매'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방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ETF 자체를 담을 수는 없고, 대신 ETF를 담은 펀드에는 투자할 수 있는 정도"라며 "ETF는 실시간 거래를 해야 하기 때문에 구축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증권사 역시 일부를 제외하면 아직 시스템 구축도 못 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ETF가 판매수수료가 없어 금융기관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액티브펀드의 경우 0.5~1.0%의 수수료를 판매사(은행 또는 증권사)가 가져간다. 인덱스펀드는 그보다는 적지만, 액티브펀드 수수료의 절반 정도를 내야 한다. 여기에 운용보수까지 합하면 액티브펀드는 약 1.5%, 인덱스는 1% 내외의 금액을 소비자가 보수로 지불한다.
반면, ETF는 판매수수료가 아예 없다. 이런 저런 비용을 합쳐도 0.3% 정도만 비용으로 지불한다. 때문에 운용사나 판매사 입장에선 ETF로 고객이 떠나면 당장 수익이 줄어든다.
<출처=각 사> |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판매사 입장에서는 본인들에게 떨어지는 것이 없으니 딱히 ETF를 권할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일반적인 인덱스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패시브전략에 가담하는 한 방편이긴 하다. 하지만 ETF에 비하면 수수료가 높다. 또 실시간으로 매매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
차동호 KB자산운용 팀장은 "고객이 ETF보다 인덱스펀드를 찾는 것은 익숙하기 때문 같다"고 말했다.
박제우 키움자산운용 팀장은 "일부 인덱스펀드들이 벤치마크를 이기기 위해서 전략을 펴는데, 그게 잘 안 먹혀서 오히려 벤치마크를 못 따라가는 부분이 있다"며 "ETF는 그런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위험이 덜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