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행원 20~30% 이공계...게임 프로그래머도 선발
[뉴스핌=김연순 기자] 인문 상경계열 출신 인재를 주로 뽑던 은행 공채가 달라졌다. 비대면 실명확인 계좌개설, 홍채인증 방식 등 스마트뱅킹 시대로 급속히 바뀌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의 중요성이 높아지자 이공계 출신을 우대하는 것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공채에서 이공계 출신 비중을 높이고, IT 전문가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이같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서 보안업체 안랩 연구원과 게임업체 넥슨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던 경력자를 채용했다. 앞서 2015년 하반기 공채에서도 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2년 근무한 프로그래머를 뽑았다.
뿐만아니라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서 입행한 150명 가운데 30명, 20%가 이공계와 IT전공자였다. 신한은행도 공채에서 200명 중 30% 정도를 이공계 출신으로 채웠다. 하나은행도 하반기 공채(150명)에서 이공계(자연과학) 출신으로 10% 가량 선발했다. 은행 관계자는 "지역채용비중을 60%까지 확대한 걸 감안할 때 수도권 합격자로 한정할 경우 이공계 합격자 비율은 20%에 이른다"고 말했다.
금융과 IT의 조합인 핀테크(Fintech)가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하면서 은행이 달라진 것이다. 과거 이공계 출신 행원은 전산 장비 유지 등으로 역할이 국한됐지만 요즘엔 스마트폰 금융 등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페이를 통한 ATM기 금융서비스는 우리은행이 자체 개발한 대표적인 사례다. 아울러 스마트워치 송금서비스, 스마트ATM기의 홍채 인증 방식 등도 은행들이 비중을 두는 스마트금융 서비스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IT와 접목된 상품을 만들 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만드는 건 은행에서 온전히 커버해야 하는 영역이 됐다"면서 "IT기술이 있어야 은행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IT관련 경력자에 대한 니즈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핀테크와 스마트금융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추세가 됐다"며 "앞으로도 은행권의 이공계와 IT 전공자 채용은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핀테크나 디지털에 비중이 가다보니까 이쪽에 이해도가 높은 직원들에 대한 필요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은행 공채에서 이공계를 나누는 기준이 약간 애매하긴 하지만 전산 관련 자격증이 많은 지원자가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