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 군사 퍼레이드 준비 중" - WP
"김정은보다 더 막무가내.. 회유 필요"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 공식 출범일을 맞아 북핵 및 한반도 를 둘러싼 외교 정책이 어떻게 구상되고 있는지, 이는 동북아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트럼프의 대북 정책 기조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린 것은 새해 벽두 신년사에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가 마지막 단계임을 강조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지만,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한반도 긴장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란 평가다.
트럼프는 최근 개인 트위터 계정을 통해 "북한이 미국 영토에 닿을 수 있는 핵무기 개발 최종 단계에 이르렀다고 하지만 그런 일을 없을 것”이라며 단언했다. 이미 정부 안보라인도 강경 인사들로 가득 채우며 대북 초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19일 자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20일 취임식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에 미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한편 미국 국민들을 지지하고 보호하는 위대한 지도자가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에서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북 정책과 관련해 트럼프 당선인이 실질적인 대책도 갖고 있지 않은 채 오히려 한반도 주변 군비경쟁만 유도하는 등 불 난 집에 기름만을 붓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 군사 퍼레이드 강행할까.. '강경론' 부추기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AP> |
트럼프 정권의 대북 강경론 수위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운동 당시부터 북한을 막는 바법은 한반도 핵 확산이라는 발언을 내놓는가 하면 작년 3월에는 핵보유와 관련해 중국이나 파키스탄, 러시아 등 여러 국가들이 갖고 있는데 문제 될 것이 뭐가 있냐며 일본의 핵보유까지 허용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음을 상기했다.
김정은의 신년사 이후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트위터를 통해 북핵 대응 메시지를 직접 전한 데 이어 정권 관계자들과 미국 언론들은 잇따라 강경 노선을 빠르게 재확산 시키는 형국이다.
지난해 북한의 ICBM 발사 언급 직후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성명을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며 미국이나 동맹국에 위협이 된다면 미사일을 직접 격추할 것이라고 밝혔다.
WP의 보수 성향 칼럼니스트 찰스 크로서머도 곧이어 미국이 북한의 ICBM을 격추해야 한다며 강경론에 힘을 실었고, 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도 잇따라 도발적인 헤드라인을 내걸며 강경론의 당위성을 뒷받침했다.
트럼프 정권의 안보라인도 하나같이 강경론을 펼치고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는 북한을 악당이자 적으로 표현하며 미국이 여태 대북제재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말해 앞으로 대북 문제에 초강경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 역시 북핵이 심각한 위협임을 상기시키며 “핵 억지력을 강화해 미국이 이기지 못할 전쟁은 절대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 전문가들 우려…”차라리 유화책 써야”
강경 대응이라는 큰 소리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이 쓸 수 있는 효과적인 카드가 없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강경론에서 선회해 회유책을 쓰는 것이 더 확실한 해법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훈련 장면 <사진=노동신문/뉴시스> |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칼럼을 통해 트럼프 당선인이 끊임없이 꺼내 들었던 협박 전략이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북핵으로 큰 소리를 치고 있는 김정은이 비이성적일 수 있으나 적어도 그는 외부에 비춰지는 자신의 그러한 모습을 전략으로 활용할 줄 아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특히 북한 국민들을 대하는 그의 평소 태도를 보면 김정은은 눈 앞에 보이는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는 듯 보인다며 이런 점은 그의 정책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게 하는 변수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올해 안으로 ICBM 시험 발사를 하겠다고 못박은 것이 아니며,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한 것은 불가능한 요청이긴 하나 그래도 화해의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했다.
FP는 트럼프가 트위터를 통해 이미 미국을 북한과의 전쟁으로 끌어 들인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외교적 합의도 북한의 핵무기나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해법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물론 북한의 한미 군사훈련 중단 요청을 완전히 들어줄 수는 없겠지만 훈련 규모를 축소하거나 북한에 투명성을 제시하는 일종의 타임아웃 전략을 통해 북한에 대해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