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역 '새판' 중동-유럽 정치권 '긴장'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45대 대통령의 백악관 입성에 전 세계 경제 및 정치 구도가 이미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국제 교역 측면에서 보호주의와 국수주의 기조의 등장은 더 이상 새로운 얘기가 아니고, 미국을 축으로 중국과 러시아, 독일 등 주요국의 이합집산이 수면 안팎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사진=블룸버그> |
◆ 전세계 무역 새지도 = 이른바 트럼프 시대가 본격 개막되면서 전세계 무역시장의 새 판 짜기가 강하게 점쳐진다.
상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윌버 로스는 상원 인사 청문회에서 새 정부의 첫 과제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손질’을 제시한 한편 중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응징할 것’이라며 엄포를 놓았다.
주요 무역협정의 세부 조항들에 대한 미국 측의 재검토가 본격화되면서 관세 인상 및 신설부터 일부 협정 파기까지 크고 작은 변화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위협에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투자 계획이 철회되면서 멕시코 경제가 일격은 맞은 데 이어 새 질서 속에서 날개가 꺾이는 국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EU 탈퇴를 선언한 영국이 유럽 단일시장 잔류 대신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복안을 세운 데 따라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 접근에 커다란 변화가 불가피하다.
가장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중국은 강경책과 회유책을 동시에 동원하고 있다. 지난 17일 다보스 포럼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에 비판을 목소리를 높인 한편 상무부 측은 무역 관련 미국과 대화를 원한다고 밝혔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미국이 보호주의 노선을 취하는 틈을 타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중국의 입지를 다질 야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출범시킨 ‘원 벨트 원 로드’ 프로젝트를 근간으로 미국의 공백을 채우겠다는 것.
하지만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워싱턴 소재 미국기업연구소의 마이클 오슬린 아시아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다보스 포럼에서 시진핑 주석이 리더십에 목마른 글로벌 석학들에게 힘있는 메시지를 전했지만 실상 그가 제시한 청사진은 중국 능력 밖의 목표”라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
◆ 주요국 정치권 ‘동상이몽’ = 주요국 정치권도 트럼프 대통령의 부상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예기치 않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정치 질서에도 커다란 불확실성을 불러일으켰다는 얘기다.
중동 국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취임을 목전에 둔 시점에 앞다퉈 미국과 우방을 선언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분쟁에서 적극적으로 우군을 자처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을 환호하는 가운데 중동 정세에 새 기류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럽 주요국도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경계어린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러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이날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밀월 관계를 연출하고 있지만 실상 크렘린 궁 내부에서는 뜻하지 않은 미국 대선 결과가 러시아에 양날의 검과 같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자와 푸틴 대통령의 친선관계가 제재 완화를 포함한 경제적 과실을 가져다 주지 못한 채 러시아의 핵무기 보유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독일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이민 정책에 대해 날을 세운 데다 EU를 ‘독일용 자동차’라고 일갈하는 등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기 때문.
과거 베를린장벽 붕괴 전 서독 총리를 지낸 헬무트 콜 하이델베르크 대학 교수는 최근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시대의 개막이 미국을 주축으로 독일의 적군들을 연합시킬 수 있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