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패방지법 적용 우려…합병 관련 줄소송도 부담
[뉴스핌=최유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계기로 삼성의 글로벌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사법 처리될 경우 해외부패방지법을 적용하는 미국 등 주요국에서 강력한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합병 관련 국제 소송이나 글로벌 신인도 하락에 대한 우려도 커지면서 사업타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 혐의 적용이 현실화될 경우 해외부패방지법(FCPA)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게 결정된다.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오늘 오전 10시 30분부터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최순실 일가에 430억원의 뇌물을 지원한 혐의 등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 이형석 기자 leehs@ |
FCPA는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거나 회계 부정을 저지르는 것을 처벌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1977년 제정한 법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거나 미국에 법인을 둔 기업이 외국 공무원 등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기준 북미와 중남미를 합친 미주에 총 42개의 생산 및 판매 법인을 두고 있다.
이 경우 법인은 최대 200만달러, 개인이나 지사 등은 최대 1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받는다. 최대 징역 5년형도 선고받을 수 있다. 소송이나 합의 진행 과정에서 추가벌금이 부과되면 그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벌금과 함께 수출 면허 박탈, 미국 내 공공사업 입찰 금지, 증권 거래 정지 등의 제재도 추가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으로 처벌받은 국내 기업은 아직 없다"면서도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내 기업에 대한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에 구속이 된다면 삼성의 글로벌 사업에 영향을 줄 수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삼성물산 합병 건이 투자자·국가간소송(ISD)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SD는 해외 투자자가 상대국의 법령·정책 등에 피해를 봤을 경우 국제기구를 통해 중재를 받는 제도다.
특히 2015년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를 근거로 ISD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마무리된 합병 건이 무효가 되지는 않지만,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결정이 삼성의 로비에 의한 것으로 결론난다면 합병 비율 등을 놓고 법정공방을 벌일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 이미지 타격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구속 영장이 발부될 경우 신인도 추락으로 해외 사업 펼치는 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주요 외신들은 "삼성이 이번 특검 조사로 기업 이미지에 큰 악영향을 받게 됐다",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리더십 공백을 맞게 됐다"며 이미지 실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 최대 전장 기업인 하만 인수 계획도 삐걱거리고 있다. 삼성이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인 약 9조원을 들여 하만 인수를 결정했지만 경영 공백 사태를 틈타 소액주주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 이미지가 추락할 경우 그 손실은 추정할 수 없을 정도"라며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영 전반으로 위기가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