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됐던 소셜미디어 재허용, 프로그램 매매 대응 난항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트윗에 월가 투자은행(IB) 업계가 곤혹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특히 프로그램 매매에 무게를 두는 IB들은 예기치 않게 튀어 나와 주식시장을 흔들어 놓는 트럼프 당선자의 트윗에 속수무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블룸버그> |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IB들이 트레이더들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차단한 데 따라 대통령 선거 이후 새롭게 부상한 막강한 변수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13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월가의 주요 IB들은 트럼프 당선자의 트윗에 따른 금융시장 파장이 커지자 트레이딩 관련 규제를 철회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의 뉴욕 외환 트레이딩 팀은 일본 본사에 트위터 사용 규제를 철회해 줄 것을 요청했고, 회사 측은 이를 일부 승인했다.
트위터를 통한 트럼프 당선자의 발언이 멕시코 페소화를 포함한 주요 통화의 등락을 쥐락펴락하는 상황에 트레이더들의 트위터 사용을 금지한 것은 현실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미즈호 그룹은 미국 IB 부문 직원들에 한해 일종의 ‘읽기 전용’ 트위터 사용을 허용했다. 트위터의 적극적인 사용을 여전히 금지한 채 트럼프 당선자의 발언을 포함한 주요 시장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하지만 프로그램 매매 비중이 높은 IB들은 해결책을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당선자의 행보에 대응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미 예고된 경제 지표나 기업 실적, 통화정책 결정을 미리 알고리즘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일과 트럼프 당선자의 돌발 발언에 대처하는 일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
단타 매매 전략을 취하는 트레이더들은 트위터에서 언급된 특정 종목을 재빨리 파악해 낼 수 있지만 프로그램은 관련 내용의 호악재 여부를 가려내는 일은 난제라고 털어 놓았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대선 이후 트럼프 당선자의 트윗은 300건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는 정치적인 발언도 상당수에 이르지만 포드와 보잉 등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특정 기업을 향한 발언도 적지 않았다.
또 대외 정책에 관한 발언은 멕시코 페소화를 포함한 특정 통화에 직간접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이달 초 E트레이드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900여명의 공격적 성향을 지닌 개인 투자자들 가운데 60% 가량이 트럼프 당선자의 트윗을 근간으로 매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이체방크 웰스 매니지먼트의 래리 애덤 최고투자책임자는 WSJ과 인터뷰에서 “대선 이전까지는 애널리스트들에게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에 대해 물었지만 이제 트위터와 관련해 업데이트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가를 챙기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