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희생활과학, 10년 사명 전격 변경
영역 확대 승부수 vs 법인 갈아타기
[뉴스핌=전지현 기자] 스팀청소기로 1세대 창업 '성공신화'를 이룬 한경희생활과학이 사명에서 '한경희'를 뺐다. 오너인 한경희 대표는 자신의 이름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던 만큼 갑작스러운 '한경희 지우기'가 의구심을 낳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 12월30일 금융당국에 신규 법인명인 주식회사 '미래사이언스'라는 이름으로 한경희생활과학의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10년 넘게 사용해 오던 법인명을 전격 변경한 뒤 바뀐 사명으로 보고서를 제출한 것이다.
한경희 대표는 1999년 설립 후 2003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붙인 스팀청소기를 출시하면서 2006년 이후 자신의 이름을 상호에도 넣어 사용해 왔다.
한 대표는 한경희홈케어, 한뷰티, 한쿡웨어 등 회사명과 다양한 브랜드명에도 자신의 이름 ‘한경희’ 를 빼놓지 않았다. 한때 2003년부터 ‘한경희’라는 상표를 두고 법정 다툼을 벌였을 정도로 이 이름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한경희생활과학(현 미래사이언스) 측은 "10여년 넘게 스팀제품을 판매하다보니 신제품이 나와도 소비자에게 한경희생활과학이란 제품으로 인식시키기 어려웠다"며 "가위칼 등 주방가전용품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법인명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현재 기존 한경희생활과학에서 해 오던 스팀청소기, 스팀다리미, 침구·진공·물걸레, 주방기기 등 주요 사업들은 지난해 5월 설립된 한경희생활에서 지속하고 있다. 기존 한경희생활과학 쇼핑몰 고객개인정보도 지난해 8월부터 한경희생활로 이전됐다.
<사진=한경희생활 홈페이지 캡쳐> |
대법원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미래사이언스와 한경희생활 사업목적은 금융 및 보험관련 서비스업을 제외하고 동일했다. 한경희생활은 기존 한경희생활과학(현 미래사이언스) 사업목적에 더해 화장품, 식음료품 건강기능식품, 위탁 통신 판매 등을 추가한 상태.
미래사이언스의 경우, 금융 및 보험 관련 서비스 사업을 지난 2007년 사업목적에 추가했지만, 현재까지 관련 사업을 영위한 적이 없다.
현재 한경희생활 본점 소재지는 금천구 가산디지털로 미래사이언스 등기부등본상 본점 소재지와 동일하다. 현장 확인 결과, 한경희생활과학 영업, 연구개발, 품질제조, 마케팅 등 부서가 기존 현판을 유지한 채 사업을 지속하고 있었다.
한경희생활과학의 주요 사업이 '한경희생활'로 이관돼 이어지는 모습에서 한경희생활과학(현 미래사이언스)이 회생절차를 밟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법인 청산 및 파산 전, 기초적인 방법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존 브랜드 가치의 효익을 유지할 수 있는 반면, 주주책임과 회사경영의 책임 분리에 따른 주식회사제도로 채무 편탈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회계업계도 한경희생활과학의 최근 행보에 대해 냉담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외부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 12월30일 금융당국에 한경희생활과학(현 미래사이언스)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통보했다.
신용평가사 자료에 따르면 한경희생활과학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203억원으로 적자 2년만에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전환됐다. 지난 2015년 영업손실 195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두배 이상 적자폭이 늘었다. 순손실도 342억원으로 전년보다 4배 이상 적자가 확대됐지만, 같은 기간 매출은 39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8.3% 줄었다.
오승준 인성회계법인 회계사는 "회계감사 기준에 의하면 '의견거절'을 내는 사유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감사를 할 수 없을 경우의 '감사범위 제한', 회사의 지속적인 존속을 기대할 수 없을 경우의 '계속기업 불확실'일 때 부적정 의견을 넘어 의견거절을 한다"며 "대부분의 의견거절은 재무자료를 제출하지 않아서인데, 재무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제출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지난 2011년 150여명에 달했던 직원수가 지난해 10월 기준 76명까지 급감했다.
한경희생활과학 한 퇴사자는 "탄산수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재무상태가 더 악화됐다"며 "당시 월급이 한두달 가량 밀리면서 약 50% 인력이 하루아침에 퇴사 통보를 받았다. 그나마 그때 퇴사한 인력들은 밀린 월급을 받았으나 계속 남아 일하는 그마저도 못받았다고 했다. 현재 50명 이내 최소 인력만 남겨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래사이언스와 한경희생활의 사업 분리 및 현재 상태에 대한 자세한 답변을 듣기 위해 한경희생활과학(현 미래사이언스)에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한경희생활과학은 지난 2014년 SDS와 탄산수, 맥주 등 제조를 위해 판권, 제조협력 계약을 맺었으나 정상적인 제품을 납품하지 않아 100억원대 손해를 봤다. 여기에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더해 500억원 규모의 소송에 착수한 상태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