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특검 수사 칼날 김기춘·조윤선 턱밑까지
특검 "소환 늦어지는 건 '철저한 확인·준비' 때문"
[뉴스핌=황유미 기자]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의 칼 끝을 '몸통'으로 지목된 김기춘(77)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0)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겨누고 있다.
특히 조윤선 장관은 9일 국회에서 열리고 있는 마지막 최순실 청문회에 불출석한다고 했으나, 국회가 동행명령장을 발부하자 오후 2시 출석하기로 했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특검팀이 조윤선 장관은 피의자 신분이 될 것이라 강하게 예고한 만큼 '법률 미꾸라지'로 불리는 김기춘 전 실장의 신분이 어떻게 설정될지 관심이다. 특검은 김 전 실장의 퇴로를 막기 위해 사실관계 확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조윤선(왼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 <사진=뉴스핌 DB> |
특검팀은 지난 8일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종덕(60) 전 문체부 장관과 김상률(57)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7일에는 정관주(53) 전 문체부 1차관과 신동철(56)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관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 턱밑까지 조사가 이뤄진 셈이다. 다만, 특검은 소환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8일 브리핑에서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을 못 부르는 게 아니라 안 부르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두 사람에 대한) 현재 구체적인 소환일정은 잡혀있지 않고 확정되는 대로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특검이 이같은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의 소환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김 전 실장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실장은 각종 의혹에 대해 해박한 법률 지식을 바탕으로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면서 '법률 미꾸라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지난해 12월 7일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서도 김 전 실장은 최순실을 모른다고 잡아떼다 박영선 의원이 증거영상을 보여줘서야 '이름은 알았다'고 말을 바꿨다. 이는 김 전 실장이 국정감사 종료 전 자백하면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는 법적 규정을 꿰뚫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 전 실장은 특검 수사에서도 비슷한 면모를 보였다. 지난달 26일 특검팀이 김 전 실장의 자택를 압수수색한 결과, 집 안팎을 촬영하는 사설 CCTV 영상기록이 삭제됐으며 확보한 휴대전화 한 대는 연락처가 지워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이 미리 대비한 것이다.
특검은 이런 '법률 미꾸라지' 김 전 실장에 대비해 철처한 사실 확인절차를 거치고 있는 중이다. 김 전 실장이 빠져나가지 못할 확실한 증거와 진술 등을 수집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특검은 '리틀 김기춘'으로 불리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 특검 관계자는 "우 전 수석 조사까진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소환을 위해 신중을 기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검법 상 우 전 수석은 직무유기 의혹을 받고 있지만, 최근엔 블랙리스트 의혹에도 연루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특검측 관계자는 "이번 주 중 김기춘 전 실장이나 조윤선 장관 중 한 명은 소환될 것 같다"며 "김 전 실장의 소환이 늦어지는 것은 '반박까지 생각해서 답안지를 작성 중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