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관계자 "전수 조사는 힘들더라도 정부 지원 배제 등 직접 증거 있는 대표 대상만 조사할 것"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최순실 문화·체육계 인사 개입 수사의 연장선"
[뉴스핌=이성웅 기자] '문체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조만간 피해자 조사에 들어간다.
4일 특검팀 관계자는 "블랙리스트 피해자 조사는 전부는 못하더라도 대표적인 대상들을 조사할 거다"라며 "특히 정부 지원에서 배제되거나 외압을 받는 등 직접적인 증거가 있는 사람들이 그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이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을 블랙리스트로 보고 있다. 다만, 블랙리스트의 피해 대상만 1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탓에 전수조사가 아닌 피해자 수명만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은 박영수 특검팀이 '삼성 합병' 의혹과 함께 상당히 공을 기울이고 있는 수사 중 하나다. 일각에선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특검팀 수사 대상 14가지 중 포함돼 있지 않아 특검에게 수사권한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특검팀 내부적으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최순실 특검법' 2조 8항에 명시된 '문화체육관광부 및 청와대 공무원과 종사자들이 최순실 등을 위해 불법적인 방법을 개입하고 공무원을 불법 인사조치했다는 의혹사건'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결국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도 최순실 등이 자신들의 뜻에 맞게 인사에 개입하는 등 이번 사태의 상당히 핵심격 사안이다"라며 "특히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연루 의혹을 받고 있어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 <사진=뉴스핌 DB> |
이 때문에 특검팀은 단일 의혹으로만 보면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 가장 많은 조사 대상자를 소환했다. 대표적으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모철민 전 교문수석(현 주프랑스 대사) ▲김종덕 전 문체부 차관 ▲김희범 전 문체부 1차관 ▲송광용 전 교문수석 ▲유동훈 문체부 2차관 등 전현직 문체부 관련 요직이 특검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청와대에서부터 문체부까지 광범위한 수준에서 작성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각에선 국정원에서도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일엔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앞서 특검은 지난해 12월 26일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 실장, 조윤선 문체부 장관 등의 거주지를 압수수색하고 연루 정황을 포착했다. 압수물 분석이 완료되는 대로 김 전 실장과 조 장관도 특검에 소환될 예정이다.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청와대 업무수첩 '비망록' 중 일부내용 <사진=문화연대 등 참여단체 일동 제공> |
특검팀은 조만간 블랙리스트 수사의 다음 단계인 피해자 조사로 넘어갈 계획이다. 형사사건인만큼 피의자 조사만으로는 정확한 피해사실을 공소장에 명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자는 대부분 군사정권을 비판하는 작품활동을 하거나 친야당 성향을 표명한 이들이다.
현재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피해자는 윤이상평화재단이다. 박정희 정권 당시 동백림 사건에 연루됏던 작곡가 고(故) 윤이상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이 재단은 지난 2013년부터 정부지원금이 끊긴 상태다.
또 지난 2013년 영화 변호인 출연 이후 작품 의뢰가 끊겼다는 영화배우 송강호씨, 한국인 최초 영국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가임에도 정부 선정 우수도서에서 배제된 소설가 한강씨 등이 주요 피해자로 꼽히고 있다.
한편, 전날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특검팀의 요청에 따라 블랙리스트 의혹의 핵심 증인으로 청문회에 참석했던 조윤선 장관, 김종덕 전 장관, 정관주 전 차관 등을 위증 혐의로 특검에 고발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30일과 12월 14일 기관보고와 청문회 등에 참석해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