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제도 활용 않는 허점 악용 중복대출 받아
담보물 부실위험 높지만 명확한 취급지침 없어
2013년 표준화작업 무산 이후 제도적 장치 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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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지현 기자] 6000억원대에 이르는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으로 2금융권이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동산담보대출의 제도적 허점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동산담보대출은 부동산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회사가 기계 등의 유형자산·재고자산·농수축산물 등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제도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2금융권의 동산담보대출이 명확한 취급 지침 없이 금융사 임의대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도 금융사들이 등기 제도를 활용하지 않는 허점을 이용해 육류 유통업자들이 여러 금융사에서 중복 대출을 받으면서 불거졌다.
정부는 지난 2012년 부동산 담보가 부족하고 신용대출여력이 크지 않은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동산담보대출 활성화를 추진했다. 당시 정부는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을 만들고, 은행권부터 이를 취급토록 했다.
이후 2013년 보험사 및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도 동산담보대출 취급 활성화를 주문했다. 특히 저축은행이 동산담보대출을 취급할 수 있도록 담보동산 종류, 담보 인정비율, 여신대상자 기준, 담보 평가방법 등이 표준화된 상품 출시를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채무자가 담보물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채권자가 이를 알지 못하는 등의 부실 위험 문제가 예상되면서 저축은행의 동산담보대출 표준화 작업이 무산됐다. 이번 사기대출 사건은 이같은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사건이란 얘기다.
문제는 표준화작업 이전부터 동산담보대출이 담보 평가액 감소 등으로 금융사에 크고 작은 손실을 일으키는 사고가 반복됐음에도, 명확한 취급 지침이 만들어지지 않았던 데 있다. 동산담보대출 관련 법에서 허가하고 있는 등기제도도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대부분의 2금융사들은 이를 활용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에서는 등기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도 "다만 동산담보대출 자체가 사고 개연성이 높고 취급 지침이 명확하게 없다 보니 금융사들에서도 많이 취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사건과 같은 농축수산물 담보대출은 보관기간 3개월 동안만 대출을 해주는 단기 대출상품이다 보니 비용이나 절차 면에서 금융사와 채무자가 등기제도를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번 사기대출 사건으로 육류담보대출을 취급했던 보험사·저축은행·캐피탈사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일부 저축은행은 이번 육류담보대출을 통해 대출해준 금액이 1년 순익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대출해준 돈을 모두 회수하지 못하면 실적에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부실 위험이 높은 동산담보대출과 관련한 명확한 취급지침이나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등 2금융권 금융사들은 틈새 수익을 노리고 다양한 형태의 동산담보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이에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일부 저축은행은 담보위험이 큰데도 불구하고 대출 기간이 짧아 회전이 빠른 동산담보대출을 지금도 활발히 취급하고 있다"며 "이번처럼 큰 사기사건이 발생한 것은 처음인데, 이를 계기로 담보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육류담보대출과 관련해 금감원에서는 정확한 피해 원인 및 규모를 조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장은 어렵지만 사건 조사 이후 동산담보대출의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육류담보대출은 소고기 등 냉동보관 중인 수입 육류를 담보로 이뤄지는 대출이다. 육류 유통업자가 수입 고기를 창고업자에게 맡기면 창고업자가 담보확인증을 발급하고 유통업자는 이를 토대로 대출을 한다. 하나의 담보로 여러 금융사에서 중복 대출을 받는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