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주은 기자] 부동산시장 투자 환경이 만만치 않다. 정부의 2016년 11·3 대책으로 주택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대책 이후 곧바로 금융권의 집단대출 강화, 원금과 이자를 처음부터 나눠 갚는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이 이어지면서 투자 수요의 ‘퇴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갑작스러운 은행 대출금리 상승에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전형적인 저성장 국면에서 연 4%에 달하는 높은 이자율은 투자자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새해 부동산 투자가 아주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위축된 시장 환경과 높은 대출금리로 인해 위험성이 있는 만큼 안전을 우선 고려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에 전문가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종잣돈에 맞춰 적정 금액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포트폴리오’형 투자를 주문한다. 보유금액대별로 3억원 미만은 소형 아파트나 토지에 투자할 것을 추천했다. 3억원에서 5억원 미만의 경우 아파트, 5억원 이상은 상가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3억원 미만은 ‘소형 아파트’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3억원 미만인 수요자나 투자자는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을 감안할 때 선택의 폭이 크지 않다. 이들에겐 수익형 부동산(오피스텔)이나 소형 아파트를 고르는 게 유리하다. 소형 아파트의 경우 서울 도심권에서는 찾기 쉽지 않다. 하지만 2호선 역세권 주변을 중심으로 단지 규모가 크지 않거나 지은 지 30년 이상 된 아파트는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소형 아파트는 적지만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발생해 안전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오피스텔과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지역을 고려한 선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산업단지나 첨단업무지구와 같이 수요 유입이 큰 지역들은 메리트가 있지만 그 외 지역은 전반적으로 공급량이 많아 공실 리스크가 따른다.
재개발 지역 지분 투자도 고려 대상이다. 이주비를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소액 투자가 가능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재개발 지분은 이주비를 활용해 3억원 이하로 투자가 가능하다”며 “역세권, 조망권 등 변하지 않는 입지를 고려해 구역을 선정하고 투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길뉴타운이나 성동구 주변 재개발 구역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3억~5억원 ‘중형 아파트·토지’가 모범답안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3억~5억원인 수요자의 경우 전용면적 84㎡ 규모 중형 아파트나 토지 투자를 추천했다. 중형 아파트 가운데서는 서울 마포구와 서대문구, 성북구 같은 강북이 유망 지역으로 꼽힌다. 실수요가 탄탄한 데다 11·3 대책으로 강남권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이 짧은 강북권으로 이동할 가능성 때문이다.
수도권 택지개발지구가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1·2기 신도시 내 중소형 아파트는 좋은 투자 대상이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부동산세무팀장은 “택지지구 아파트는 향후 택지공급 감소로 희소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기 신도시는 새 아파트 가치가 유지돼 꾸준한 인기가 예상된다”며 “하지만 1기 신도시는 재건축을 고려한 장기적 관점에서 선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세를 끼고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 권일 팀장은 “종잣돈 5억원으로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할 수 있다”며 “강동구의 둔촌주공아파트는 가장 작은 전용면적 70㎡를 전세를 낀다면 약 6억5000만원에 살 수 있으며, 재건축으로 세입자가 이주를 하더라도 이사 비용을 전세금만큼 받을 수 있어 대출 부담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둔촌주공아파트 전용면적 70㎡는 3.3㎡당 2300만~2400만원대”라며 “주변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3.3m²당 2400만원으로, 향후 9호선 역세권 등의 장점을 고려하면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향후 재건축이 됐을 때 그 이상의 가격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고양시나 남양주시 및 제주도 토지시장을 눈여겨보라는 조언도 나왔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신규 아파트나 기존 주택시장이 불안정한 가운데 토지시장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며 “제주도의 경우 그동안 많이 올랐지만 장기적으로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부자들’ 소형 상가에 투자하라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5억원, 또는 10억원 이상이라면 비교적 선택의 폭이 넓다. 전문가들은 토지와 상업용 시설, 사업 추진이 빠른 재건축 아파트 등 여러 상품을 폭넓게 추천했다.
5억원 이상 수요자들은 재건축 아파트 투자에 나서볼 만하다. 재건축 아파트 가운데 개포시영아파트처럼 추진 속도가 빠른 단지 투자가 우선 고려 대상이다. 여기에 이주비 승계를 통해 투자금액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권일 팀장은 “강남권 재건축 가운데 개포시영아파트는 새해 초 분양이 가능할 정도로 추진 속도가 빠르다”며 “입주권 거래도 자유로워 보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새해는 전반적으로 실수요자들이라면 저점 매수의 좋은 타이밍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투자자들에게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전세가격 하락이나 금리 인상 등 외부 변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서울 강남권 내 소형 상업용 빌딩에 투자하라는 조언이 압도적이다. 투자금액은 20억~50억원 정도다. 임대수익률은 5% 이하로 높지 않지만 안정성 있고 시세 차익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공실률이 높은 테헤란로 주변보다는 강남대로 이면과 청담동, 신사동, 신논현역 권역이 유망하다는 평가다. 이 밖에 새롭게 부상하는 마포구 망원동과 광진구 화양동(건대입구역) 주변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최근 강남 지역의 일명 ‘꼬마빌딩’ 가격 상승폭이 컸다”며 “동원할 수 있는 금액이 크다면 상가를 매입해 임대수익을 올리고 시세 차익을 기대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실수요자들은 입주물량 과다 지역이 아니라면 어디든 저점 매수를 하면 된다”며 “투자자들은 여러 가능성을 대비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전세를 안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조심해야 한다”며 “전세가격이 하락할 경우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해 분쟁을 겪을 수 있고 금리 인상 가능성 또한 상존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은 집값의 30% 이내로 하되,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분양을 받거나 구매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