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시황 불투명해 추가 지원 불가 판단
대우조선, 조직 슬림화하고 경쟁력 강화시키는 데 초점
[뉴스핌=송주오 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에 대해 불투명한 해운업 시황을 이유로 들었다. 대규모 자금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진해운의 경쟁력을 상실한 사업 구조도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임종룡 위원장은 지난 27일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한진해운은 엄청난 외과 수술에 비유할 수 있다"며 "오장육부를 개조하는 수술로 수술실에서 막 나왔는데 옛날 갈은 모습이 안나오느냐고 말하면 그건 구조조정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임 위원장은 2000년 해체된 대우그룹을 빗대어 대우조선과 대우인터내셔널이 정상화되는 데 7~8년 걸렸다고 언급했다. 그는 "구조조정이라는 것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한진해운의 열악한 재무상태도 지적했다. 임 위원장은 "현대상선은 올 3분기까지 6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한진해운은 더 심각했다"며 "해운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금융위> |
임 위원장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보유한 선박 155척 가운데 95척이 용선(빌려온 배)이었다. 최장 2029년까지 계약된 것으로 용선료 가격이 현 시세 대비 평균 80% 이상 높았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60척의 배 중 빚이 없는 배는 5척에 불과했다. 그 중 4척이 선령 10년 이상된 노후선박으로 최근 법원이 폐선가격을 처분했다. 나머지 배들의 묶인 빚만 2조5000억원에 달했다고 임 위원장은 설명했다.
해운업의 불확실한 시황도 지원 결정을 머뭇거리게 했다. 임 위원장은 "많은 전문가들을 만났지만 해운업은 그저 선복 과잉상태라는 말만 들었다"며 "과잉선박이기 때문에 해운운임이 언제 나아질지라는 전망은 없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9년까지 4조6000억원의 자금 투입을 필요로 하는 한진해운에 선뜻 지원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현재 해운업은 해외 선사에 의한 치킨 게임이 진행중이다. 임 위원장은 "2M의 머스크와 MSC 두 회사가 나머지 회사를 쓸어버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언제 치킨게임 끝날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 자체를 위해 어떤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가입에 대해서는 "얼라이언스 가입이 맞다"고 확언했다. 그는 "해운동맹 형태가 선복교환이든 선복공유든 어떠한 것이냐는 얼라이언스마다 다르다"며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상선의 얼라이언스 가입으로 할당 선박이 늘어나고 항로도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임 위원장은 "국내 여론을 의식했다면 불리한 계약을 체결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물량을 얼마나 흡수할지는 내년 4, 5월까지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에 대해서는 조직을 축소하면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자구계획을 강도 높게 추진해 인원을 1만4000명에서 8000명으로 줄이고 도크도 30% 축소했다"며 "반면 특수선, 방산 부문, 대형 컨테이선 등 경쟁력을 보유한 부문은 유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R&D) 인력은 건드리지 않았다고 부연 설명했다.
아울러 빅3를 빅2로 전환하는 체제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펼쳤다. 임 위원장은 "인위적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전제한 뒤 "3개 회사가 모두 구조조정 중인데 빅딜을 하면 두 회사 모두 망가트리게 된다"고 전망했다. 우선 대우조선을 정상화시키는 게 시급하다고 했다.
이어 조선업 수주 시황은 2017년 하반기부터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2020년부터 적용돼 2~3년 전에 이에 맞춘 배를 주문할 것이란 분석이다.
가계부채 문제에 있어서는 자영업자 대출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임 위원장은 "자영업자 대출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개혁과 관련해서는 내년에 인터넷전문은행과 거래소 지주사 전환 관련법 개정의 통과를 기대했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