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 한계기업 취약성, 2008년 금융위기 수준
한기평 "내년 기업등급 부정적", 경총 "노사관계 악화 우려"
[뉴스핌=한기진 기자] 기업 경영환경이 최근 급속하게 악화되며 2008년 금융위기 충격파를 받은 상황까지 추락했다.
내년에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자비용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자 갚을 능력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경영계는 노사관계가 뒷걸음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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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준 한국은행 미시제도연구실 연구위원이 25일 발표한 ‘기업 취약성 지수 개발·기업 부실화와의 연관성’ 보고서에 따르면 만성적 한계기업의 취약성이 2008년 금융위기 충격을 받았을 때만큼 악화됐다.
'만성적' 한계기업은 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00%를 밑돌았던 기업 가운데 이전 연도에도 한번 이상 한계기업에 해당했던 기업을 말한다.
만성적 한계기업의 취약성 지수를 산출해봤더니 지난해 0.66으로 금융위기 직후였던 2010년 1.13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로 나타났다. 취약성지수가 0 이상이라는 것은 기업이 부실화할 위험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만성적 한계기업의 취약성지수는 2010년 1.13에서 2011년 -1.17로 크게 떨어졌다가 2012년 -0.96, 2013년 -0.69, 2014년 -0.72로 꾸준히 상승했지만, 그래도 0 이하였다.
기업 취약성 지수는 재무비율 지표와 도산 지표 등을 고려해 기업의 부실위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번에 개발된 것이다.
한계기업 수도 2000년 이후 꾸준히 늘어나면서 작년 말 4252개를 기록했고 만성적 한계기업은 2804개로 집계됐다. 업종별로 보면 한계기업의 경우 제조업, 도소매업, 부동산·임대업, 건설업 등 4개 업종이 전체의 약 80%를 차지했다.
최 연구위원은 “만성적 한계기업의 취약성 정도가 커질수록 기업 부실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구조조정, 사업재편 노력을 꾸준하고 일관되게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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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평가 2017년 신용등급 전망. <자료=한국기업평가> |
내년 기업 신용등급 하락이 확실시되면서 기업들의 조달비용이 늘어나는 등 재무상황 악화도 우려된다.
한국기업평가는 ‘2017년 산업전망’에서 "국내외 모두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하고 금리·환율·유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편차는 있겠지만 국내 주요 산업의 내년 신용등급 방향성은 부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병균 한국기업평가 연구위원은 "자동차·철강 등 경기 영향력이 큰 주요 산업의 사업환경이 비우호적이고, 정유·화학·자동차·호텔업 등의 실적 저하가 예상된다"며 "악화일로에 있는 조선·해운을 중심으로 민자발전 등 다수 산업들의 등급방향성이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경영계는 노사관계가 악화돼 경영부담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요 회원사 23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도 노사관계 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68%가 2017년 노사관계가 올해보다 불안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훨씬 불안해질 것이라는 응답은 24%로 지난해 15%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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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2017년 노사관계 전망. <자료=한국경영자총협회> |
내년 노사관계 최대 불안요인은 정국혼란과 19대 대통령 선거(37%)가 꼽혔고, 노동계 정치투쟁 및 반기업정서(18%), 정치권의 노동계 편향적 의정활동(13%) 순으로 뒤를 이었다. 임단협 최고 이슈는 임금 인상(38.7%)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이 많았고, 임금체계 개편(15.0%), 복리후생 제도 확충(13.3%) 등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불안을 야기하는 노사관계 분야에 대해서는 전 분야(30.1%)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외에 협력업체 및 사내도급(20.8%) 노사관계, 금속(19.0%) 분야 등도 불안을 야기하는 주된 요소로 꼽혔다.
경총은 "내년은 금속노조 및 주요 대기업 노조(현대차지부, 기아차지부, 금호타이어지회, 현대중공업노조 등)의 집행부 선거가 치러진다"면서 "해당 노조의 선거를 의식한 선명성 경쟁으로 2017년 임·단협은 난항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