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은 기자] 마치 웰메이드 영화 혹은 완벽한 구성을 자랑하는 콘서트를 보는 기분이다. 이미 영화로 친숙한 작품이지만, 뮤지컬로 재탄생한 ‘보디가드’는 상상 이상으로 화려하고 풍성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보디가드’는 스토커의 위협을 받는 당대 최고의 가수 레이첼 마론(정선아‧이은진‧손승연)과 그의 보디가드 프랭크 파머(박성웅‧이종혁)의 러브스토리다. 동명의 히트 영화를 뮤지컬화한 작품으로, 고 휘트니 휴스턴의 당대 히트곡은 물론,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발표한 싱글앨범 수록곡 등 총 15곡을 뮤지컬 넘버로 재탄생시켰다.
공연은 한 발의 총성이 공기를 가르며 시작한다. 관객을 단숨에 집중시키는 이 장면에서 흐르는 ‘퀸 오브 더 나이트(Queen Of The Night)’는 마치 콘서트를 관람하는 것 같은 기분을 자아낸다.
초반부터 강렬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건 배우의 몫이다. 레이첼 마론이자, 휘트니 휴스턴으로 변신한 손승연의 엄청난 파워가 인상적이다. 과격한 안무에도 흔들리지 않는 가창력과 시원한 고음은 객석의 탄성을 이끌기 충분하다. 또 경호원 프랭크 파머를 생각하며 부르는 ‘아이 해브 낫싱(I Have Nothing)’ ‘세이빙 올 마이 러브(Saving All My Love)’ ‘올 엣 원스(All At Once)’는 손승연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해주는 뮤지컬 넘버들이다.
손승연은 이 작품에서 고음에 그치지 않고 섬세한 감정들까지 모두 표현한다. 뮤지컬 도전이 처음인 만큼, 연기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실력으로 완벽하게 씻어냈다. 더욱이 레이첼 마론과 언니 니키 마론(최현선)이 함께 부르는 ‘런 투 유(Run To You)’는 두 사람의 감정이 극대화되는 곡인만큼, 관객을 숨죽이게 만든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무대 연출은 손승연의 가창력과 어우러져 콘서트를 보는 것처럼 엄청난 흡인력을 자랑한다. 레이첼 마론의 스토커(이율)은 적은 대사에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제작진은 스크린을 사용, 무대 위에 없는 사람의 행동을 보여주며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무대 동선 또한 어긋남이 없다. 앙상블팀과 안무팀은 완벽한 코러스와 비보잉으로 각자의 맡은 영역에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무대는 동선이 제한적인만큼 빠른 속도로 변한다. 그 공백은 배우들이 메운다. 배우들은 배경이 변할 때마다 아무렇지 않게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분명 배우는 부대에 서있고 배경만 바뀌지만 이질감 같은 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아쉬운 점은 프랭크 파머의 노래 비중이다. 영화 ‘보디가드’에서 프랭크 파머의 역할은 꽤 컸다. 하지만 뮤지컬에서 프랭크 파머는 얘기가 조금 다르다. 그가 뮤지컬 ‘보디가드’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140분 중 5분 남짓이다. 역할이 경호원인 만큼 과묵함을 강조한 건 이해하지만, 노래의 요소가 지나치게 결여되다보니 살짝 허무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뮤지컬 ‘보디가드’는 오는 2017년 3월 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만 7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사진=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