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약세로 이자수익 두배의 환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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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지완 기자] 중국 채권 펀드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위안화 약세가 계속되면서 위안화표시 채권에 투자한 펀드들이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안전지대로 평가받던 달러표시 중국채권도 최근 미국 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에 수익률이 곤두박질치는 모습이다.
문제는 외환보유고 감소, 부실 기업의 부도(디폴트) 증가,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는 것.
1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중국 채권 펀드는 총 11개다. 2014년 642억원, 지난해 2411억원 등 2년간 3000억원 이상이 중국 채권 펀드로 유입됐다. 하지만 올해들어 지난 9일까지 총 1804억원이 빠져나갔다.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 위안화 약세가 전체 수익률 집어삼켜
위안화 약세에 따른 환 손실액이 채권 전체 수익을 크게 넘어섰다. 연초 달러당 6.4935위안이던 환율은 11월말 6.8865위안으로 6.1% 상승했다. 딤섬본드(해외 발행 위안화 표시 채권) 평균 수익률이 3% 내외인데 반해 환손실이 두 배인 것.
유재흥 얼라이언스번스타인(AB)자산운용 파트장(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은 “양호한 채권 투자 성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높은 위안화 환율 변동성이 성과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본토에서 발행된 위안화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 사정은 더 나쁘다. 박재우 신한BNPP자산운용 해외채권운용팀 팀장은 “본토채권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원화→달러→역외 위안화(CNH)→본토 위안화(CNY)의 환전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달러/위안화 절하에 따른 손실폭 610bp에 더해 CNY/CNH 스프레드 확대로 60bp 추가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달러표시 중국채권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트럼프 당선 후 미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투자달러표시중국채권펀드'는 최근 한달간 2.25% 평가 손실을 기록했다.
아울러 중국내 부실기업에 대한 정리가 본격화되면서 증가하고 있는 중국 회사채 디폴트 리스크도 고스란히 떠안는 모양새다.
김윤진 한국투자신탁운용 Fixed Income운용본부 해외Fixed Income운용팀 팀장은 “달러표시채는 중국 기준금리가 아닌 미국 국고채 금리에 연동되면서도 리스크는 중국에 귀속되는 특이한 형태”라고 말했다.
유승우 동부증권 글로벌크레딧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철강·석탄 등 과잉공급업종에 지원을 중단하며 국유기업에서도 채무불이행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회사채 보다는 달러표시 국공채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이후 중국 국영기업의 채무불이행은 4건에 달한다.
◆ 달러 헤지 비율 낮추고, 중국채권 비중 줄이고, 국공채 늘리고
중국 채권 펀드 운용역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위안화표시채권 비중을 줄이고 있다. 유재흥 파트장은 “아시아 우량채권 투자 확대를 통해 ‘딤섬채권’에만 투자하는 것을 분산함으로써 효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AB위안화플러스‘채권펀드는 지난해 60.49%(8월20일 기준)에 달하던 중국채권 비중을 올해 46.95%(9월30일 기준)로 줄였다. 대신 8.35%에 불과했던 한국채권 비중을 27.34%까지 높였다. 특히, 투자비중 상위 1~3위를 달러로 발행된 한국의 수출입은행채와 산업은행채로 채웠다.
달러헤지 비중을 낮추며 원화대비 달러 강세를 역이용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신한BNPP더단기중국채권펀드는 지난해까지 92~97%로 환헤지를 했으나 달러강세가 본격화된 지난 1월 이후 헤지비중을 85%까지 낮췄다.
박 팀장은 “당분간 달러 강세가 진행될 것으로 보여 펀드는 현재와 같이 낮아진 환헤지 비율을 유지해 대응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헤지수수료를 제외하고 40bp에 불과했다.
강신규 삼성자산운용 해외채권운용팀 펀드매니저는 운용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불확실성 및 중국내 부실기업 우려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 회사채를 매도해 비중을 축소하겠다”면서 “석탄, 철강, 금속 등 과잉공급 부문에 대한 투자를 지양하고 국공채 위주의 우량채권에 선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 "위안화 약세 전망 지속...신용등급 강등 우려 커져"
향후 전망도 부정적이다. 박재우 신한BNPP자산운용 해외채권운용팀 팀장은 “미국 신정부 대응 및 지속적인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중국 정부는 지급준비율 인하 등 경기부양책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완화적인 통화 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수록 위안화 환율의 약세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승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조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가 있지만 자본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절대규모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5개월째 외환보유고가 줄어들면서 위안화 절하가 계속되는 것은 중국정부가 통제력을 상실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채권투자는 환투자와 비슷해 위안화 약세 국면일에서 중국채권을 매수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중국의 빠른 채무 증가와 외환보유고 감소를 이유로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17년만에 하향조정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더 악화됐다.
2014년 6월 약 4조달러에 달하던 외환보유고는 11월 말 기준 3조515억달러로 줄었다. 이에 위안화는 8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완 기자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