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확충 시한 연장 요청 거부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자본확충 시한을 연장해 달라는 이탈리아 은행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BMPS)의 요청을 거절했다.
이에 따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의 구제금융을 시행해야 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BMPS <출처=블룸버그> |
9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ECB는 50억유로(54억달러) 규모의 자본 확충 시한을 연장해 달라는 BMPS의 요청을 거절했다.
지난 7월 실시한 은행권 스트레스테스트에서 BMPS의 자본건전성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ECB는 올해 말까지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은행 측은 출자전환과 신규 주식 매각 및 280억유로 규모의 부실 채권 매각 등 세 가지 경로를 통한 자본 확충안을 마련했다.
채권자들은 10억유로 이상의 후순위 채권에 대한 출자전환에 합의했지만 나머지 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제시했다.
자본 확충안의 진행이 차질을 빚으면서 은행 측은 최근 ECB에 시한을 내년 1월20일까지 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날 ECB가 이를 거절한 데 따라 은행 주주들과 회사채 투자자들이 커다란 손실을 입게 될 상황이다.
지난 4일 이탈리아의 개헌 국민투표가 부결되고 마테오 렌치 총리가 물러나면서 가뜩이나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 ECB의 결정은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날 BMPS의 주가가 7% 이상 폭락했고, 주요 은행주가 동반 하락했다. 2020년 4월 만기 BMPS 후순위 채권 가격은 1유로 당 51센트까지 밀리면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탈리아 정부가 BMPS의 구제금융에 나서야 할 상황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앤틸리아 캐피탈 파트너스의 앤 소피 쿨루 펀드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BMPS의 부실에 대한 부담을 정부가 분담해야 할 여지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유럽의 은행감독 규정 상 공적 자금 투입을 통한 부실 은행 구제는 채권자들이 손실을 공동 분담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여기에는 선순위 채권자들도 포함된다.
BMPS의 주주들은 연초 이후 주가가 84% 폭락한 데 따라 이미 상당한 손실을 떠안은 실정이다.
이탈리아 은행권은 렌치 총리의 개헌 국민투표 패배로 인해 새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민간 주도의 자본 확충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번 결정에 대해 ECB와 이탈리아 재무부 측은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