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로 가장한 대출 금융권 잠재 리스크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 은행권의 ‘숨은 여신’이 2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뜩이나 그림자 금융에 대한 경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에 또 한 차례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다.
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32개 중국 상장 은행의 투자 채권(investment receivables)이 총 2조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년 말 3340억달러에서 대폭 늘어난 수치다.
위안화 <사진=블룸버그> |
은행권의 전체 달러화 표시 여신 가운데 투자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로 나타났다. 이 역시 2011년 6%에서 가파르게 치솟았다.
투자 채권의 폭발적인 증가는 은행권이 하강 기류를 타는 중국 경제에 버팀목을 제공하기 위해 여전히 신용을 남용학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신에 비해 투자 채권 형태의 프로젝트 금융은 신규 집행부터 만기 연장까지 규정이 훨씬 느슨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와 별도로 UBS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해 공개한 광의의 신용 지표에서 무려 2조4000억달러(16조5000억위안)에 달하는 여신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14년 7129억달러에서 세 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중국 은행권이 사실상 대출을 투자로 가장하는 소위 그림자 대출로 장부를 왜곡한 결과라고 UBS는 설명했다.
지난달 중국 금융당국은 은행권 회계 기준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기존의 관행이 뿌리 뽑히지 않은 실정이다.
중국 정부 역시 규제 목소리만 높일 뿐 금융권의 잠재 부실을 해소하는 데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 성장이 가파르게 둔화되는 상황에 실물경기 충격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로 풀이된다.
UBS의 제이슨 베드포드 애널리스트는 WSJ과 인터뷰에서 “중국 감독 당국이 투자 채권을 여신으로 분류하도록 규제할 경우 은행권은 2120억달러의 자본을 신규로 확보해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중국 은행권이 신규 조달한 자금 총액인 2620억달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규모다.
여신을 투자로 탈바꿈하는 회계 처리로 중국 은행권은 건설업계부터 지방 정부 관할 금융업체까지 광범위하게 자금을 제공했다.
그림자 대출의 잠재 리스크는 지난 2014년 산동성의 지역은행인 에버그로잉 뱅크가 5억3800만달러 규모의 디폴트를 내면서 현실로 드러난 바 있다. 당시 디폴트 규모로 이 은행은 2013년 순이익의 60%를 소진했다.
난징은행의 한 경영자는 “모든 은행들이 대출을 대차대조표에서 털어내려고 하고 있다”며 “위기가 발생할 때 정부가 은행을 구제할 것으로 모두들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