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과 독대 사실은 인정..건강악화로 중도 하차
[뉴스핌=김기락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에 참석, 청와대의 요청에 따른 광고 몰아주기 관련해 “내가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령의 정 회장은 청문회 도중 건강 악화를 호소하며 병원으로 급히 이동, 주위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정 회장은 이날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를 집행했다는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 질문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이 있으나 회사 규모가 워낙 크고, 80%가 해외 판매, 20% 국내 판매다”며 이 같이 밝혔다.
정 회장은 “광고 내용은 중간에서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기억 안 난다. (실무진에게) 알아는 보겠다”고 답했다.
플레이그라운드는 검찰 조사 결과, 최순실 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광고회사로 드러났다. 현대차는 플레이그라운드에 62억원의 광고일감을 몰아주고, 최순실 씨 지인 회사인 KD코퍼레이션으로부터 11억원의 부품을 납품 받았다.
정 회장은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가 KD코퍼레이션과 플레이그라운드에 직권남용·강요에 의해 돈 뜯긴 것에 대해 창피하지 않냐”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정 회장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그런 사실이 있다고 하면 어떤 사정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일단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128억원에 대해서도 “알아보겠다. 어떤 사항이 적절한지 직접 실무자한테 가서 보고하라고 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날 저녁, 정 회장은 청문회 도중 건강 악화를 호소했다. 이에 현대차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에게 긴급 전언문을 전달했다.
전언문에는 “존경하는 김성태 위원장님 청문회 진행에 노고 많습니다. 오늘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는 정몽구 회장이 건강이 악화돼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정몽구 회장은 건강이 많이 악화돼 있다. 잠시 병원에 들려 건강 상황을 점검할 수 있도록 양해해 주시면 좋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저녁 6시50분께 국회 인근 병원으로 이동해 진료에 들어갔다. 정 회장을 대신해 정진행 현대차 사장이 대리 참석하게 됐다. 정 회장은 1938년생으로, 올해 79세이다.
이번 청문회에 출석하는 총수 중 정 회장이 최고령자다. 2009년 초 심장 수술을 받은 적이 있으며 이후 해마다 정밀 검진을 받아왔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정 회장과 함께 청문회장에 동행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정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총수 9명이 출석했다. 이들 총수들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이유에 대해 “대가성은 없었고, 정부 정책에 협조하기 위해서였다”고 입을 모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에 참석, 광고 몰아주기 관련해 “광고에 대해 내가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사진=이형석사진기자> |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