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경환 기자] 내년 소비자물가 수준이 낮은 상승세를 지속,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6일 '대내외 여건 변화가 국내 소비자물가에 미친 영향' 제목의 보고서에서 "내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 초반에 머물면서 여전히 물가안정목표 범위를 하회할 전망"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대부분의 국가에서 낮은 물가상승세(disinflation)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지난 수년간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를 하회하고 있다.
천 연구위원은 "2012년 이후 주요 선진국의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2000년 이후 평균에 비해 0.9%p 낮은 1.2%를 기록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하락은 상품물가 상승세가 크게 둔화된 가운데, 서비스물가도 전반적으로 낮은 상승세를 지속하는데 기인한다.
상품물가는 공업제품가격의 상승세가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2012년 이후 평균 상승률(0.8%)이 2000년 이후 평균 상승률(3.5%)을 크게 하회하고 있고, 서비스물가는 2011년 이전 연평균 상승률(3.0%)에 비해 여전히 낮은 상승세(1.7%)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구성항목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 %, %p). <자료=한국개발연구원> |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물가에 대한 충격 요인별 기여도를 분석해보면, 2015년 이후의 낮은 물가상승률은 대외 요인 변화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5~2016년 기간 국제유가는 각각 50% 내외, 20% 내외가 하락했고, 이는 지난 2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각각 1.0%p 내외 낮추는 요인이 됐다.
이와 함께 대외 총수요압력도 최근 소비자물가를 0.5%p 낮추는 요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국내 총수요압력 충격이 소비자물가에 미친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났으며, 이러한 경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발견되고 있다.
천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비자물가에 대한 국내 총수요압력의 기여도가 축소된 반면, 대외 총수요압력의 기여도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근의 경기 부진과 저물가의 주요 원인이 대외 측면에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물가상승률을 전망한 결과, 내년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 초반을 기록해 여전히 물가안정목표(2%)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천 연구위원은 "최근의 물가상승률 하락은 국내 총수요의 부진과 함께 대외 여건 변화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내년에도 소비자물가는 낮은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따라서 향후 통화정책은 완화적인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필요한 경우 경기 및 물가 하방압력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