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신약 다수 급여적용 ‘거절’...보완 제도도 ‘한계’
[뉴스핌=박예슬 기자] 말기암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유일한 희망이 되는 신규 치료제가 연이어 시장에 등장하고 있지만 정작 보험급여 적용이 늦어지고 있어 수많은 환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치료를 포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여러 보완 제도를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병원가에서 처방되고 있는 다수의 암치료제가 신청한 지 수년이 지나도 급여 적용이 되고 있지 않아 환자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게시판에 올라온 항암제 급여요청 관련 글 목록. <사진=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 캡쳐> |
40~50대 여성 사망원인의 다수를 차지하는 유방암 치료제의 경우 대다수가 비급여 상태다. 지난 2007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파슬로덱스’는 10여년이 가까운 지금까지도 급여 미적용 상태다.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인 ‘캐싸일라’, ‘퍼제타’ 등도 수년째 급여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어 환자들의 급여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퍼제타의 1년 치료비는 7000여만원, 캐싸일라는 1억2000여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방암 치료제뿐이 아니다. 국내 사망률 1위인 폐암 치료제 또한 급여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3세대 폐암신약인 ‘타그리소정’에 대한 급여가 거부됐다. 기존 약물에 내성이 생긴 말기 폐암환자들을 위한 사실상 ‘최후의 보루’와도 같은 약물인 만큼 환자들의 절망 또한 컸다.
국내 항암신약의 낮은 급여등재율은 이미 각계에서 지적돼 왔다. 실제 한국의 항암신약 출시 비율은 OECD 평균 수준이나 접근성은 OECD 20개국 중 17위에 불과하다. 급여 등재 비율이 10% 가량으로 평균 54%에 크게 못 미친 탓이다.
복지부에서도 이러한 급여 등재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대안을 내놓고 있으나 환자들이 피부로 체감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대표적 사례가 2013년부터 한정적으로 도입된 ‘위험분담제’다. 위험분담제는 비용효과성 입증이 어려워 보험급여 등재가 되지 않는 항암제‧희귀질환 치료제의 효능‧효과‧보험재정 영향 등의 불확실한 부분을 제약사와 보험자가 분담하는 제도다.
그러나 현재까지 위험분담제의 혜택을 받은 약제는 10여개에 불과하다. 약효가 모든 환자에게 100% 작용하지 않을 경우 고가의 항암신약에 대해 보험재정을 사용했을 때 경제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항암신약의 보험등재를 신속화하기 위한 ‘사전지원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지난 9월 발표된 이 제도는 급여등재를 원하는 항암신약의 제출 자료를 사전 심사해 완성도를 높임으로써 보완, 반려를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또한 단순 행정적 보조일 뿐 근본적인 대안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복지부 관계자는 “항암제 급여율이 일반 신약에 비해 낮은 편이기는 하나 지난 2013년 이후 기존 43%의 급여율이 현재 48% 수준으로 증가했다”며 “시급한 항암제 등을 대상으로 ‘경제성평가 면제제도’ 등 여러 제도적 지원책을 논의 중이며 고가의 약가를 유지하고자 하는 제약사와도 협의를 꾸준히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박예슬 기자 (ruth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