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유도 국가대표 고두영(도경수)은 경기 도중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게 된다. 감방에서 이 소식을 들은 사기전과 10범의 형 고두식(조정석)은 눈물의 석방 사기극을 펼친다. 결국 고두식은 동생을 핑계로 가석방된다. 하지만 15년 동안 단 한 번도 연락이 없던 형은 고두영의 삶을 더 엉망진창으로 만든다.
영화 ‘형’은 누가 뭐래도 조정석의 영화다. 극중 고두식을 열연한 조정석은 전작인 드라마 ‘질투의 화신’ 이화신은 물론, ‘건축학 개론’(2012) 납뜩이를 능가하는 매력으로 이야기를 이끈다. 진짜 본인의 것인 양 입에 달라붙는 차진 대사와 리얼한 표정에는 어떤 극찬을 쏟아내도 부족하다. 지질함을 이토록 사랑스럽게 표현하는 배우는 조정석만한 이가 없다.
물론 그런 조정석의 에너지를 다 받아낸 도경수의 활약도 칭찬해 마땅하다. 도경수는 유도 금메달 유망주에서 하루아침에 앞을 보지 못하게 된 고두영의 속내를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깊이 있게 그려냈다. 그의 표현력은 한층 폭넓어졌고 더욱 또렷해졌다. 아이돌 엑소(EXO)의 멤버가 아닌 배우라는 전제하에 평가해도 달라질 건 없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치의 연기를 끌어냈으니 두 사람의 호흡은 말할 것도 없다. 조정석와 도경수의 연기 앙상블을 보는 건 단연 ‘형’의 백미. 그야말로 ‘미(美)친 브로맨스’다.
다만 후반부로 가면서 이 영화는 치명적 단점을 드러낸다. 감정 과잉이다. 결정적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적을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지나친 감이 있다. 때문에 눈물샘을 자극해야 할 부분은 오글거리기 일쑤. 종종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난감한 상황에 던져진다.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과잉은 언제나 절제만 못하다.
가족 관계 회복을 다룬 여타 작품들처럼 과정과 결말이 뻔하다는 것도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이미 만들어놓은 틀 안에서 변화보다는 반복을 택했다. 물론 엄격한 잣대가 아닌 너그러운 관점에서 본다면 ‘형’은 가족영화로 나쁘지 않다. 하지만 배우들의 호연이 유난히 빛났기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오는 24일 개봉. 12세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