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수험생 “이제 갈 곳도 없어”
강화된 공무원 면접전형, 필기 합격해도 불안
[뉴스핌=김규희 김범준 기자] 취업시즌이 거의 마감되면서 고배를 마신 취업준비생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고(高)스펙 쌓기도 이제 지친 취준생들은 아예 공시족으로 전환하고 있다.
지방대 출신으로 서류전형조차 통과가 어려웠다는 박모(29)씨는 “‘스펙’도 낮은데 나이도 많아져 더 이상 사기업 취업 준비는 무리”라며 “신경 쓸 부분이 너무 많아 지쳤다. 그래서 시험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무원 준비에 뛰어들었다”고 전했다.
7급 공무원 준비생인 김모(32)씨는 기업체 엔지니어로 약 2년간 근무하다가 뒤늦게 공시족에 합류한 케이스다.
취업시즌이 마감되면서 공시족으로 전환을 서두르는 취준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공시생이 고시원에서 학업에 열중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
김씨는 서른 되던 해 학원이 몰려 있는 노량진에 들어왔고 3년째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이다. 김씨는 “직장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돌고 돌아 늦깎이 수험 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그는 “(노량진 학원가에서)빠져 나가려고 해도 이미 되돌릴 수 없어요”라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연령제한이 없다고 하지만 기업체 채용에서 암묵적인 ‘연령 마지노선’을 훌쩍 넘겨버린데다 짧은 경력과 긴 공백이 불리한 요소로 작용해 발목을 잡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실상 사기업 취직이 불가능한 취준생들은 ‘수험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오직 ‘합격의 탈출구’만 바라보며 오늘도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공무원 수험생활 역시 녹록지 않다. 올해 9급 일반행정 국가직의 경쟁률은 405.3대 1이다. 7급은 135.5대 1이었다. 9급 공무원은 국어, 한국사, 영어 등 필수 3과목과 선택 2과목을 준비해야 한다. 7급은 국어, 한국사, 영어를 포함한 헌법, 행정법, 행정학, 경제학 등 7과목이다.
공부 외 신경 쓸 데도 많다. 스타강사의 인기강좌는 순식간에 마감 돼 수강신청부터 쉽지 않다.
7급 공무원 준비생인 박모(29)씨는 “오후 2시 수업이지만 좋은 자리 맡기 위해 아침 7시에는 가야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 “기껏 구한 스터디 그룹이 중간에 와해되면 새로운 그룹을 알아봐야 한다. 생각보다 많이 신경 쓰인다”고 덧붙였다.
취업시즌이 마감되면서 공시족으로 전환을 서두르는 취준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노량진 학원가 모습. <사진=뉴시스> |
필기시험 합격이 공무원의 보증수표라는 것도 옛말. 최근 강화된 공무원시험 면접전형에 대비해 집단토론, 개별 프레젠테이션, 인성면접, 사전조사서 작성, 정책현안 공부 등 준비해야 할 것들이 수두룩하다. 5, 7, 9급 공무원 채용시험 일반행정 직렬 기준 면접전형의 평균 경쟁률은 1.3대 1. 100명 중 23명은 취업 문을 열었다가 다시 닫힌 것이나 다름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0월 취업준비생은 65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63만7000명) 대비 1만6000명 늘었다.
좁아진 취업시장을 통과하기 위해 취준생들이 준비해야 할 게 점점 불어나고 있다. 기본 ‘스펙’에다 ‘추천을 얻기 위해’ 교수와 친해져야 한다. 여기저기 신경을 몰두하다보니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는 ‘번아웃 증후군’에 빠지기도 한다. ‘준비를 위한 준비’에 지쳐버린 취업준비생들은 여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김범준 기자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