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재단 출연 53개 대기업 작년 1조695억 기부
이웃돕기 등 사회공헌 위축 우려..준조세 개혁 주장도
[뉴스핌=황세준 기자]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대기업들이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것과 관련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기업들은 의미있는 국가사업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기금을 출연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모종의 댓가를 바라고 한 게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박 대통령과 면담을 한 총수들에게 대해서는 소환조사까지 검토중이다.
만약, 기부금을 낸 기업들이나 총수들을 처벌한다면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과 재난 피해복구 성금 등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참에 기업들이 관행적으로 내 온 준조세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11일 재벌닷컴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매년 막대한 금액의 기부금을 내 왔다. 두 재단에 773억원의 출연금을 낸 53개 기업의 지난해 기부금 총액(감사보고서 기준)은 1조695억원이다. 기부금 대비 두 재단 출연금 비율은 7.23%.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집행한 기부금은 3748억원이다. 반면, 삼성전자가 두 재단에 출연한 돈은 60억원으로 연간 기부금의 1.6% 수준이다. 이 회사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밝힌 글로벌 나눔경영 비용(5230억원) 대비로는 1.1%다. 나눔경영을 문화예술 분야(460억원)로 한정해서 보면 13%다.
현대자동차는 미르재단에 68억8000만원을 지원했는데, 이는 기부금(506억원) 대비 13.6% 수준이다. 이 회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상 기부금은 660억원이다.
LG전자의 경우 감사보고서에 나타난 기부금은 0원이지만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상 지난해 145억원의 기부금을 집행했다. LG전자는 K스포츠재단에 기부금 대비 1.2%인 1억8000만원을 출연했다. 지난해 문화·예술·체육 분야 기부금인 67억원 대비로는 2.7%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기부금 규모는 감사보고서 기준 547억원, 지속가능보고서 기준 551억원이다. 이 회사는 미르재단에 68억원을 출연했다. 출연 비율은 12.4% 수준이다.
기업들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매년 꾸준히 기부금을 내 왔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 500대 기업 중 관련 자료를 공개한 458개 기업의 기부금을 조사한 결과 총 2조1778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23개사는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을 높였다. 기부금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삼성전자로, 4년간 증가액이 1375억2100만원에 달했다.
재계 관계자는 "각 기업들은 나름대로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는 지속가능 경영의 일환으로 기부금 집행 절차도 적법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매년 발간하고 있는 일부 대기업의 경우 그 자체만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히 사회공헌을 실천한다는 의미"라며 "문제가 불거진 두 재단에 대한 출연도 같은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8일 삼성의 정유라씨 직접 지원 관련 압수수색에 이어 미르 및 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 의혹과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단 간담회’ 이후 대기업 총수 7명을 따로 만나 미르·K스포츠 재단에 투자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진협의회 의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이 박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미르재단은 면담 석 달 뒤인 지난해 10월, K스포츠재단은 이듬해 1월 각각 설립했다. 재계는 미르재단에 486억원, K스포츠재단에 288억원을 출연했다.
검찰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의 다이어리 등을 바탕으로 총수에 대한 사면이나 규제완화 등 특정한 이익을 위해 기업들이 돈을 냈는지를 파헤칠 계획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권에 팔 비틀려 준조세를 낸 피해자임에도 검찰 조사까지 받게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 등 기업들의 정상적인 사회공헌활동까지 위축될 수 있다며 불합리한 준조세 관행을 근절할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있다.
조동근 바른사회시민연대 대표는 "대북사업도 결국 기업돈으로 엉뚱하게 사용된 사례다. 정치권에서 요청하면 너무나도 쉽게 재벌기업들의 자금을 걷을 수 있는 구조가 문제"라며 "이런 준조세 관행이 차단되도록 입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